“내수 부양” 금리 내렸는데… 주가는 오히려 하락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38개월 만에 인플레이션에 맞서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완화’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의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가계 부채 우려가 줄어든 만큼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극복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뒤 3년 2개월 만이고, 금리 인하 자체는 코로나 사태 때인 2020년 5월(0.75%→0.5%)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금리 인하에 무덤덤한 시장 반응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날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채권 금리는 찔끔 내렸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도리어 하락(원화 강세)했다. 코스피도 소폭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던 데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5%포인트 내린 연 2.947%를 기록했다. 하락 폭이 기준금리 인하 폭(0.25%포인트)보다 훨씬 작았다. 1달러당 원화 환율은 0.7원 내린 1349.5원에 마감했다.

단순 계산으로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폭(0.25%포인트)만큼 떨어지면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3조원 줄어든다. 2분기 가계 대출 잔액(1780조원) 중 68%가량을 차지하는 변동 금리부 대출 금리가 모두 0.25%포인트 내려간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대출자 1인당 연평균 15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만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그동안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됐다”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없을 경우 시중금리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의 가계 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도 시중금리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금통위원 대다수 “연내 금리 동결”

한은은 ‘내수 부진’을 기준금리 인하의 요인으로 들었다. 이 총재는 “경기가 과열됐다든지 이런 상황이면 긴축적인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경제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보다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발표되는 3분기 성장률도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0.25%포인트 인하만으로 내수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최근에는 금리를 내려도 내수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이자 비용이 줄면 민간 소비나 설비 투자 등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경제 전망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부 소비나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도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국과 유럽연합(EU) 중 한국의 금리 인하는 16번째였다. 금리를 올린 일본과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아직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와 호주 정도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 결정에는 내수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1년 정도 지나 평가해 달라”고 했다.

한은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결’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금 더 금리 인하를 하면 가계 부채가 더 상승하지 않겠냐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에서는 과거 기준금리 인하에도 비용 감소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컸던 만큼 금융 당국에서 대출 금리 인하와 자금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게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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