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거나 잔인하거나… 로마 황제 일거수일투족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680쪽 | 3만8000원

서기 100년, 로마의 행정가 플리니우스는 원로원에서 트라야누스 황제에 대한 ‘찬양 연설’을 낭독했다. 그런데 저명한 고전학자인 저자는 이 연설을 뒤집어 보면 황제의 직위에 대한 직무 기술서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황제는 너그러워야 하고, 신민들에게 공연이라는 형태로 즐거움을 제공해야 하며, 음식과 돈이라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자신의 안락이나 방종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공공 기념물을 건설해야 하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제의 일상적 현실은 정치적 날카로움, 군사적 안전에 대한 요구, 제국을 통치하는 단조로운 나날로 채워져 있었다.

물론 모든 황제들이 그렇게 산 것만은 아니었다. 엘라가발루스 황제는 뚱뚱한 남자들을 초대해 한 소파에 앉을 수 없는 걸 보고 폭소를 터뜨렸고, 콤모두스 황제는 콜로세움의 관중을 향해 화살을 난사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네로 황제가 로마에 난 큰 화재를 보며 하프를 연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책은 유별나고 잔인한 로마 황제들의 온갖 기행(奇行) 너머로 로마 전제정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황제의 권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절대 권력자가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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