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걷어내자 뼈, 단추, 틀니... 사라진 골령골 암매장지 찾았다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진실화해위원회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지난 7일 골령골 2 학살지에서 개토제를 시작으로 11일 4일째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작업 과정에서 당시 집단 살해된 민간인들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약 10m가량 드러났다. 구덩이는 동남쪽 산기슭에서 남서쪽을 향해 있었다.

증언에 따르면 이 구덩이 길이는 최대 40m (폭 2-4m)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 약 10m 정도로 보인다. 나머지는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경지정리를 하면서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 작업을 하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유품과 총알 등으로 볼 때 희생자들은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는 단단한 대퇴부 뼈 등 외에는 대부분 삭아 없어졌다. 확인된 구덩이 깊이도 현재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구덩이 아래쪽에 또 다른 유해가 겹겹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암매장지를 확인하게 된 계기도 극적이다. 지난 4월 어느 날 전미경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장은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골령골 자락을 가리키는 꿈을 꿨다. 예사롭지 않은 꿈에 전 회장은 다음날 골령골로 달려갔다. 그러자 농장주가 포크레인을 이용해 블루베리 묘목을 캐고 있었다. 꿈에 나타난 사람들이 가리킨 곳과 같은 곳이었다. 이어 묘목을 캐는 과정에서 여러 점의 유해가 드러났다.

정부는 애초 대전 골령골에 2020년까지 전국 희생자 추모시설, 인권 교육관 등 전시관, 숲 체험 공간, 기념탑 등을 갖춘 추모 평화공원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2020년이 되자 다시 준공 시기를 2024년으로 늦췄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가 늦어지면서 지금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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