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여 만에 통화 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함에 따라 장기간 부진했던 내수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일단 고금리에 숨통이 트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 이후 취약 계층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춘 데는 부진한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침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도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어드는 등 소비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환영하고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결정에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동안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일단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 소비 여력은 나아질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소상공인 이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7000억원 가량 감소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약 55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내수 부진의 주요인이 고금리였던 점을 고려하면, 회복 국면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의 이자 부담액 규모가 큰 상황이라 자금 사정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다봤다. 한경협에 따르면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10여 년 전인 2014년부터 2021년까지 30조~40조 원대에 머물렀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2023년에는 93조8000억 원까지 급증했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시차를 두고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금리 효과는 통상 2분기나 3분기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내년 중순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만큼 그동안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간 내수 회복을 위해 재정이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올해 약 3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나는 만큼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유 기금이 별로 없어 (세수 보전을 위해) 올해 20조원 가량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성장률이 0.5% 하락할 수 있다. 재정이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깎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인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내수 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 여력이 늘어나 소비에는 긍정적 영향이 있지만 큰 폭의 금리인하는 어렵기 때문에 내수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