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언어로 껴안은 역사 트라우마…남성·서구 중심의 ‘문학계 벽’ 허물어

2024년 노벨문학상이 ‘아시아의 50대 초반 여성 작가’ 한강을 택한 점 또한 큰 관심을 끈다. 한강은 섬세하고 예민하며 시(詩)의 아름다움과 함축미를 갖춘 문체로 세상의 아픈 현실을 끌어안는 작품 세계를 펼쳐 공감에 이른다고 평가된다. 부드러운 것이 굳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오래된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강에 관해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을 강조하며 “전쟁·격차·분단·고뇌로 가득한 세계에서 점점 더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웨덴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도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다.

남성/여성의 개성을 기계처럼 나누기는 어렵지만, 오랜 기간 세계문학 주요 흐름이 남성-서구-백인 중심이 기본 구도였다고 볼 수 있다. 한강의 수상은 이런 상황에서 도드라진다. 더욱이 한국 여성 문인의 활약은 활발해진다. 13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의 2016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부터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8년간 한국 작가는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을 31차례 탔는데 3분의 2인 22차례가 여성이다.

한국 문학 전체 차원에서도 짚어야 할 수상 의미는 선명하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K-컬처가 전 세계에 퍼져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K-문학 위상도 올라갔다. 세계문학의 한 정점으로 여겨지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와 갈증도 함께 높아졌다. 예술 가운데 문학의 위상이 독특하고 특별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文)의 영역이라면 자신 있는 한국의 오랜 역사·문화 배경도 여기에는 작용했다.

작품 자체로도 탁월해야 하지만, 세계 독자에게 스미는 보편성이 꼭 필요한 노벨문학상을 1970년생 한국 여성 작가 한강이 받으며 한국 문학은 갈증을 풀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의 여러 작품을 한국어로 옮긴 독문학자 장희창 전 동의대 교수는 “한강은 세계 판도의 문학에서 이른바 ‘변방’ 그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성취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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