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 속에서는 항상 ‘얼굴’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얼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관람자를 꿰뚫는다. 표정 없는 얼굴은 그 속내를 꼭꼭 감추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강렬하다.
부산을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온 이선경(49)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 주제는 ‘삶의 정원에서’. 작가는 ‘정원’이라는 공간을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 재해석한다. 그는 정원을 감정, 기억이 얽힌 장소로 보고 그 안에서 변화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삶의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 아픔과 상처를 짚는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은 관람자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눈빛만으로 통한다’는 표현처럼 그 시선은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특히 그 시선은 주변과 어울리면서 더욱 강렬한 메시지가 되어 다가온다.
‘해빙’에서는 작가가 연꽃이 가득한 연못에 잠겨 얼음 속에 든 나비를 안고 있다. 작가는 얼어버린 영혼(나비)을 껴안아 깨우는 행위를 통해 소중한 존재와 재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나비가 되어’에서는 얼굴만 남은 인물이 색색의 나비에 파묻혀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선경 작가는 작품 속 나비의 의미를 두고 “나비를 넋을 놓고 바라보면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비는 어떤 차원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거나 가족이 일찍 곁을 떠난 후 나비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의 영혼에 형태를 입혀준다면 나비가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 작품 속에는 나비가 많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선경 작가의 작품 속에서 나비만큼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물과 꽃이다. 작품 속 물은 연못과 같은 고인 형태로 혹은 비의 형태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물은 깨끗이 씻겨나가는 의미가 있다. 연꽃도 마찬가지”라며 “상처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종이에 콩테로 무수히 쌓아 올린 회화 작업과 드로잉 등 20여 점의 평면 작품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