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바다를 덮치고 있다. 올해 18월 주요 근해어업(1090t 어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1~48% 줄었다. 생산량 감소는 소득 감소로 직결된다. 업종별 생산금액은 오징어·삼치를 많이 잡는 대형 쌍끌이가 798억 원에서 516억 원으로 35% 가까이 내려앉았다. 오징어는 동해에서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올해 어획량이 75% 급감했다. 중형서남구쌍끌이(-32.8%)와 근해채낚기(-21.2%)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고등어를 잡는 대형선망은 생산금액이 1562억 원에서 1292억으로 270억 원 떨어졌다. 바다는 어민 생계터전이자 식량안보기지라는 점에서 국가적 위기다.
최근 55년간 국내 해역의 표층수온은 지구 평균보다 약 2.5배 높게 상승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잡히는 어종이 크게 변한다. 먹이사슬의 하단인 멸치 어획량 감소는 생태계 변화를 드러내는 징후다. 멸치잡이 어선 상당수는 사료용 정어리를 잡아 외국인 선원 인건비를 감당한다. 고수온으로 늘어난 해파리가 혼획돼 조업에 차질을 빚는 일은 다반사다.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은 어민 숨통을 죈 지 오래다. 선박용 유류는 2020년 10월 한 드럼(200ℓ)당 7만9910원에서 올해 15만6500원으로 두 배 올랐다.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폐업하려는 선주가 증가하는 이유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어선 136척 중 55%(74척)가 내년 감척을 희망했다. 감척도 쉽지 않다. 줄어든 어획량에 비례해 정부 보상금이 적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어민들은 “빚잔치 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일어업협정 협상 지연은 수온 상승만큼 어민들을 괴롭힌다. 한일어업협정은 매년 한일 양국 어선이 서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잡을 수 있는 조업량과 조업기간을 정한 외교 조약이다. 일본은 2016년부터 협상을 미뤄왔다. 한일 EEZ가 ‘무규칙 진공상태’가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EEZ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 수를 줄이라고 요구한다. 정치적으로는 독도 영유권이 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EEZ에서 전체 어획량의 20%를 잡던 근해어업은 9년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어업 가능 해역이 좁아지자 우리 어선끼리 경쟁도 치열해졌다. 올해 3월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침몰한 쌍끌어 어선은 장거리 조업을 나갔다 침몰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장 감소로 수산물 자급률은 정부 목표치인 79%보다 낮은 71%에 불과하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외교력을 발휘해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외교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난 8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는 말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어민 애간장 다 녹기 전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 변화한 환경에 맞게 조업구역을 재편하는 것도 숙제다. 해양생물은 수온 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하는데 조업구역은 수산업법이 개정된 1963년부터 60년 넘게 그대로다. “정부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