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해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벌이는 이스라엘군이 현지에 주둔 중인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유니필) 기지를 부수면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군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자 이스라엘군은 평화유지군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이들 군대를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13일 유니필은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부 접경 지역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충격적인 위반 행위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유니필 주둔지 인근에 헤즈볼라의 무기고와 미사일 발사대와 이어지는 지하 터널이 있고, 국경 코앞에는 침투 공격을 위해 콘크리트 장벽 폭파 작전을 위한 전초기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인근의 숲이 우거진 산비탈에서 2개의 터널 입구가 있었다”며 “바위투성이인 땅속으로 몇미터 이어지는 터널에서 불과 약 90m 떨어진 곳에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전초기지에는 유엔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해당 터널이 헤즈볼라의 국경 콘크리트 장벽 폭파 요원들의 은신처라면서, 헤즈볼라가 오랫동안 이스라엘 북부 침공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부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니필 벙커 외부 감시 카메라에 총격을 가하는 등 평화유지군에도 공격을 감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엔 부대 진입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연막탄 등으로 평화유지군 대원 5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행동에 국제 사회는 규탄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오히려 헤즈볼라의 무장 활동을 감시해야 하는 평화유지군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철수하라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 거점과 전투 지역에서 유니필을 철수시킬 시간이 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드라 테넨티 유니필 대변인은 “유니필은 열화상 센서나 레이더 등 정교한 탐지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위반 사항을 목격했다면 벌써 보고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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