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넘어 길잡이로 변신…ʺ최대 15억원 투자ʺ

“성장을 앞둔 스타트업에 최대 15억원의 투자와 함께 맞춤형 육성 프로그램으로 ‘패스파인더(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설립 12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타트업을 심사해 소개하는 프로그램 ‘디데이’에서 나아가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부문에서 밀착 성장을 지원한다. 또 디캠프가 가진 인프라스트럭처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스타트업의 세계 무대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다.

디캠프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프론트원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디캠프 2.0 비전’을 발표했다. 디캠프는 재단의 핵심 프로그램인 디데이를 내년부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에 초점을 맞춘 ‘디캠프 배치’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디캠프 배치는 분기별로 스타트업을 선발해 초기 투자 최대 5억원, 후속 투자 최대 15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18개월의 프론트원 입주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발굴은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VC)과 협력해 진행한다.

또 기업별 전담 멘토가 배정돼 사업화 목표를 설정하고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맞춤형 밀착 액셀러레이팅(AC)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재무, HR 교육, 채용 프로그램, 홍보 등 스타트업이 성장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특히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이날 디캠프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을 할애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정부 주도하에 한국은 과거 10여 년 동안 벤처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했다"며 “정부 창업 모태펀드도 확대됐을 뿐 아니라 VC 규모가 많이 커졌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벤처기업 수는 3만5123개, 종사자 수는 80만8824명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는 4대 그룹 전체 고용인력인 74만6000명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총 매출액이 211조원으로 재계 기준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벤처 생태계 발전 과정에서 디데이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을 선별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단지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기업의 발전 과정을 직접 도와주는 방식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시드 단계를 거쳐 프리A,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로 성장해야 하는데 특히 시리즈A 단계가 중요하다"면서 “팀은 안정화됐고 펀딩을 12차례 받았으며 비즈니스 모델까지 정립돼 고객이 하나둘 생기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A 단계에서 기업이 잘 성장하면 시리즈B를 거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취약하다고 생각한다"며 “AC는 시드 단계의 기업을 돕고, 1조2조원을 보유한 VC는 시리즈A 이후 단계를 주로 지원하는 만큼 우리가 이 공간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즉 AC의 지원을 받고 시리즈A 단계, 프리A 단계에 머문 기업이 VC의 후속 투자를 받아 비즈니스가 확대되기 전에 디캠프가 돕겠다는 것이다.

디캠프는 이를 위해 선별 기업에 5억원의 투자와 함께 후속으로 15억원까지 투자하는 ‘배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프리A 단계 혹은 시리즈A 단계로 기업가치 150억원 미만의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선별하고 전담 멘토는 물론 프로그램 매니저를 배정해 기업별 마일스톤 달성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분기별 1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12개월 동안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최장 18개월 동안 프론트원에 입주할 기회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캠프는 내년 1분기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딥테크, 클린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2분기에는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배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변화가 공익재단인 디캠프가 수익화를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박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공익재단인 만큼 재원은 한정돼 있고 일정 부분 간접투자를 통해서 얻은 이익을 투자 재원으로 다시 활용해왔다"며 “직접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투자 예산은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20억가량 늘어났을 뿐"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직접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당연히 수익이 과거보다 많이 날 수 있는데, 이렇게 확보한 수익은 재단에 쌓이고 이를 지금처럼 재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캠프는 은행권 19개 금융기관의 공동 출연을 통해 설립한 창업 지원 기관이다. 현재까지 8000억원가량을 투자했으며 디캠프를 거쳐간 스타트업은 656개사에 달한다.

[원호섭 기자]

먹튀원칙

See al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