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지구가 주주”라는 파타고니아… 혁신 넘어 혁명 이끄는 기업

기존 거액 기부자들이 이윤 추구 결과 창출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쉬나드는 경영 과정 자체를 환경운동으로 인식하고 모든 상품의 제조에 친환경, 재활용, 유기농 원자재를 사용한다. 또 공동체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고용 안정과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납품 업체 종업원들의 복지도 적극 지원하며, 이익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매출의 1%를 기부해 왔다.

파타고니아는 완벽한 품질에 집착한다. 완성품뿐 아니라 천과 실까지 재활용하려면 품질이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유행에 따라 입고 버리는 의류와 품질이 다르다. 고객들도 완벽한 품질을 신뢰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또 파타고니아는 다양한 혁신으로 업계를 선도했다. 1984년 개발한 가볍고 따듯하며 부드럽고 견고하면서 땀을 잘 흡수하는 인체 친화적 섬유 ‘캐필린’은 글로벌 의류산업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캐필린을 통해 야외활동에서 얇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는 ‘레이어링’ 패션이 전 세계에 대중화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할인 행사나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항상 정가를 고수한다. 그렇지만 경영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비용을 절약한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과 품질에 대한 투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비용을 과격할 정도로 절약한다. 스포츠 행사 등에 광고를 전혀 하지 않으며 출장에도 제일 싼 티켓을 이용하고 창업주도 허름한 중고차를 직접 운전하는 등 극단적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한다.

파타고니아 구성원들은 자신이 사랑하고 일하고 싶은 이상적 기업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담은 ‘리스판서블 컴퍼니(Responsible Company)’를 정리하고 수시로 보완해 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예 만들지 않고 사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구호 아래 ‘패스트패션’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유행을 안 타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언패셔너블(Unfashionable)’ 운동을 적극 추진해 왔다. 또 구매한 상품이 지겨워지더라도 폐기되지 않고 재활용되도록 중고 상품의 재판매와 재구매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원웨어닷컴(wonwear.com)이나 원웨어 트럭을 통해 중고 상품 유통을 지원한다.

진정성을 가진 혁명가적 경영자는 고객들이 동지가 돼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모든 것을 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접근하던 기존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수명을 다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기업과 경영자 모델을 요구한다. 이런 면에서 이미 연한이 끝난 신자유주의적 단기 성과주의에서 못 벗어나고 모든 구성원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인 결과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가까이 성장했으나 사회적으로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 등으로 ‘헬조선’을 만드는 데 일조한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도 무엇이 미래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기업경영 모델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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