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자사 통화 플랫폼 ‘T전화’에 AI 전화 기능을 강화한 가운데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화 녹음·요약은 물론 상대방과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보여줌으로써 원활한 대화를 돕지만 소비자들의 반감이 적지 않아서다. 에이닷이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침해·유출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고객의 통화 녹음 내용을 1년 동안 서버에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나며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통화 요약 텍스트가 서버에 저장되고 있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채 음성 파일과 최초 텍스트파일이 즉시 삭제되고 있는 점만 강조해왔다. 업계에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온전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처럼 개인정보의 처리 및 관리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SK텔레콤은 미국의 AI 유니콘 기업 ‘퍼플렉시티’와 함께 에이닷의 개인화 정보 탐색 기능을 강화하는 ‘개인 AI 에이전트’ 전략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서비스 개발·고도화에 개인정보가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 정보를 많이 알수록 정확하고 만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은 필수 불가결하다.
에이닷은 가입 시 ▲이동통신 가입정보 ▲이름 ▲기기 고유정보 ▲이메일 주소는 물론 ▲AI 서비스 대화와 질문·답변 내용으로 파악한 개인 관심사와 취향 ▲단말기 위치정보, 통화 내용에 포함된 ▲휴대전화번호 ▲일정 ▲주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서비스 이용 기록, 사용도수, 통화 시간, 통화 상대방의 연락처명, 통화 상대방 번호)를 모두 가져간다. 심지어 증권 정보를 요청한 시간부터 위 정보들을 결합·분석해 생성된 정보 등 수십 개의 정보가 수집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비식별화를 통해 서버에 보관된다.
정석근 SK텔레콤 사업부장은 이런 데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AI 기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들이 어떤 식당을 좋아하고, 어디로 휴가를 가는지, 어떤 분야의 뉴스에 관심이 있는지 등 통신 이외의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선 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의 정보보호 투자액(200억가량)을 포함할 경우 타 통신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SK텔레콤은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AI 투자에도 선두 주자로 나선 상황이어서 정보보호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용자의 양쪽 통화 내용과 통화 상대방 정보까지 AI가 분석·수집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통화 상대방으로부터 명시적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일었다. 하지만 에이듯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인기를 끌자 ‘위법성 우려’로 주저했던 경쟁사들도 같은 서비스를 들고나오는 모양새다.
학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높아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대화 쌍방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쌓아놓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며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가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규제와 제도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