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국가 간 부(富)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주장은 정치가 얼마나 삶에 영향을 주는지 새삼 일깨운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지금 이 나라에선 올곧다. 수상자 세 사람은 개인의 자유, 창의성이 보장되고 제도가 공정하게 수립 운용될 때 경제는 죽순처럼 성장한다고 했다. 아쉽게도 현 대한민국의 현실은 모든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으로서 ‘경제적 자유’는 얽히고 설킨 규제로 발목잡혀 있고, ‘제도’는 정파적이라고 편히 말할 수도 없는 파렴치한 의도로 지연·왜곡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행태는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게 된다. 입법은 ‘나이롱 짬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임은 키를 쥔 집권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용산과 국민의힘의 정국 돌파력은 소수 의석이라는 만능의 변명 뒤에 숨어있다. 게다가 서로 핏대를 올리는 중이다. 일반 상식으로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회동(단독만남)이 무슨 남북정상회담 마냥 논란이 되고 화제가 되고 있으니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그런 차에 두 사람이 조만간 만난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권고를 허투루 듣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지체되고 왜곡된 제도와 환경을 바로잡는데 입을 맞춰야 한다. 이번 만남은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새로운 타입의 북한으로부터 위협,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초저출산 현상, 의료난, 늦어지는 경제회복, 여당내 갈등으로 인해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는 심각하다.
최근 북한의 위협은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국민들이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갖게 된 것과 달리,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은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위헙이다. 성가시고 너저분한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직접 파고든다. 여기에 연일 남북 연결 도로와 철로를 폭파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 전쟁 발발 겁을 주려는 계산된 심리전이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문제들과 연결돼 있다. 가정을 꾸리고 출산하기에 버거운 환경부터 뒤집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은 ‘사치재’가 되었다.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도, 근본 해법도 없어 보인다. 완화책이라면 역시 제도가 창출하는 사회 기풍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AX(AI 전환과 활용)에서도 데이터센터 구축,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전력망 확충이 님비 현상으로 속도가 더디고 축소되고 있다. 역시 정부 리더십이 작동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이 나서서 걸림돌을 쓸어버려야 한다.
두 사람의 길항 관계는 이젠 멈춰야 한다. 여당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이미 명확히 드러났다.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으로선 20년 한솥밥을 먹은 새까만 후보가 고까울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윤-한 갈등이 윤석열 정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볼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독대는 단순히 개인 간 갈등 해소를 넘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고 여권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자리다. 김건희 여사 해법은 윤 대통령이 ‘제도의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풀어가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권의 내부 결속은 더 흔들리고 분열된다.
현 정치·경제·사회적 사정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게 중요한 시험대다. 이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협력의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그게 나라를 위한 것이고, 좁게는 자유 보수우파의 분열을 막는 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에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감명 깊게 읽었다며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한 적 있다. 제도의 품질은 정치의 품질에서 나오고, 정치의 품질은 지도자의 훌륭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