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독대 담판’ 바라는데…용산은 “상의해 봐야” 선긋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다음 주 초 만나는 것까지는 15일 현재로선 기정사실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재·보선 후 일정 조율을 거쳐 내주 초 이른 시일 내에 (만남을) 갖기로 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을 표현하는 용산 측과 한 대표 측의 언어는 미묘하게 다르다. 정치권과 언론에선 ‘윤·한 독대’라는 표현을 쓰지만, 용산은 줄곧 ‘면담’이라고 부른다. 전날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용산에선 최소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걸 전제한 듯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날 ‘내주 초에 두 분만 만나느냐’는 질문에 “(배석자까지) 다 상의해 봐야 한다”며 “시기와 장소, 그다음에 형식을 상의해서 한다”고 답했다. 양측이 원하는 그림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 대표 측이 원하는 회동은 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모델에 가깝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MB 재임 시절 ‘한나라당 전 대표’ 자격이던 박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친이계와 친박계가 충돌하던 2010년 8월 배석자 없이 95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그런 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 관리를 공정히 하겠다”(MB), “현 정부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다”(박근혜)며 갈등을 봉합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박 전 대통령이 선출된 뒤인 2012년 9월에도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00분간 오찬을 함께 했다. 이후 여권의 계파 갈등은 표출되지 않았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용산 측은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놓고 여권의 1·2인자 사이에 사실상 담판을 짓는 모양새를 마뜩잖게 여긴다. 지난 7월 30일 정진석 실장까지 참여한 90분 회동 같은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한계는 ‘내주 초’라는 회동 시기 선정에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어제(14일) 대통령실은 굳이 독대의 타이밍을 다음 주 초로 얘기했을까”라며 “이번 주에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처분을 해 놓고 한갓지게 한동훈하고 만나려고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그런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순서를 짰다면 독대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 라인만 있다’는 전날 대통령실의 설명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6공화국 출범 이후 어떤 정권에서도 여사가 라인을 형성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여사는 공적으로 선출된 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친윤계 일각에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장삼이사들은 한남동 라인이라고 하는 구체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가 거론하면 지지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분명한 건 10·16 재·보선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약간의 데미지(damage·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판이 시작되는 건 재·보선 직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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