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게국지

세계적으로 음식문화 강국이 많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투르키예를 비롯 태국, 멕시코, 일본 등도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이들 나라를 다녀온 사람은 으레 한두 가지 그 나라의 음식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갖게 된다.

유명한 산과 해안, 종교시설, 전적지, 왕궁, 각종 공연 못지않게 음식도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도 먹거리가 없으면 점수가 깎인다. 해외여행 상품을 팔 때도 이탈리아는 파스타와 피자, 태국은 팟 타이와 똠얌, 중국은 딤섬과 훠궈 등을 파는 맛집을 소개한다.

TV나 유튜브에는 맛집을 알려주는 정보가 넘쳐난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대표 음식관광 콘텐츠 33선’을 발표했다. 춘천 닭갈비, 전주 비빔밥, 목포 홍어, 통영 굴 등 지역 대표 음식과 식재료 등이 포함됐다. K-드라마와 영화, K-팝 덕분에 세계 문화강국으로 떠오른 터에 K-푸드도 널리 알려보자는 의도가 읽혀진다.

요즘 충남 태안·서산의 향토음식인 게국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요리 경연대회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끈 것이다.

예부터 태안반도에서는 칠게나 능쟁이 등으로 게장을 담가 먹었는데,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했다. 김장철 게국물과 김장 자투리인 배추 껍질이나 무, 무청에 늙은 호박과 양파 등을 대충 버무려 넣고 보관했다. 이걸 오래 숙성시킨 뒤 물을 부어 끓여낸 것이 게국지이다. ‘게국지’는 게국물에 김치를 뜻하는 ‘지’가 더해진, 게국물+김치라는 뜻의 낱말이다. 석박지, 오이지, 묵은지의 끝말 ‘지’는 김치라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겟국지, 깨꾹지라고도 부른다.

게국지는 시원하고 달달하고 칼칼하다. 젓국물에 배추, 호박, 양파 등의 식재료가 어우러져 오래 숙성된 탓이다. 요즘은 묵은 게국지에 꽃게나 대하 등을 넣어 끓여준다. 태안읍과 바닷가, 서산에는 게국지를 파는 맛집이 많다.

게국지는 어렵던 시절 바닷가 사람들의 알뜰함과 지혜가 깃든 음식이다.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고 길이 보전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면 좋겠다. 태안의 아름다운 가을 바닷가도 구경하고, 꼭 한번 게국지 맛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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