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최은영 기자]
나는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다. 이제까지는 내가 제시한 글감으로만 글을 쓰다가 ‘내 인생 풀면’에 맞게 쓸 이야기 얼개를 짜볼 수 있도록 지난주에 도와드렸다. 생각보다 다양한 각자의 글감이 나왔다.
일주일 동안 찾은 글감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시라 말씀드렸다. 쓰는 건 와서 해도 되니 쓰는 데 부담 갖지 말라 했는데 한 바닥 가득 써오신 분도 계셨다.
써오시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없다. 어렵게 써놓고선 이걸 남들에게 보여도 되는 건지 항상 망설이신다. 그렇기에 수업에서는 그 망설임을 줄여주는 것도 글쓰기 자체만큼 중요한 숙제다.
“제가 이 화면을 왜 준비했을까요?”
이렇게 잘 쓰시는데 안 쓰면 어쩔 뻔했냐면서 나는 다음 주도 기대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 주제도 이미 정하셨다고 한다. ‘복지관’을 주제로 쓰신다고 했다. “그런 주제라면 혹시 지나가는 행인1로 저도 나오나요?“라고 했다가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41년생 어르신이 ‘이 수업 재밌네’ 하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재밌으면 다 된 거 아닌가. 재미있으면 더 들여다보게 되고, 더 들여다보면 더 잘하게 되는 게 이치다.
새롭게 이어질 ‘글자들의 부름’을 기다린다. 어르신들 각자가 쌓아올린 시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그 한 몫의 용기를 더 챙겨드리고 싶어지는 수업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참고도서 : 더클래식, 생텍쥐베리 <야간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