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 해고 사태의 책임을 LG에도 묻는 이유 [왜냐면]

김동현 |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300일 가까이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경북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옵티칼)라는 일본계 기업의 해고노동자다. 2년 전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하자 회사는 공장을 폐쇄하면서 200여명의 노동자들을 희망퇴직하거나 해고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2년째 싸우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공장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으니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반면 고용을 승계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엘지(LG)디스플레이는 불이 나기 전까지 옵티칼에서 엘시디(LCD) 편광필름을 납품받았다. 옵티칼은 폐업했으나 엘지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엘시디 편광필름을 같은 회사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옵티칼의 모회사인 일본 니토덴코가 경기 평택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물량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화재로 폐쇄된 공장 소속 노동자는 전부 내쫓고 물량은 다른 공장으로 빼돌렸으니 “그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당한 요구를 뒷받침해야 할 국내의 법과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국제규범은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등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기준에 따르면, 물품 납품 등으로 거래 관계가 있는 경우, 물품을 납품받는 기업(엘지디스플레이)은 생산과정에서 인권과 노동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인권과 노동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키는 데 연루되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에서는 물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공급받는 기업이 법적으로 별개라 하더라도 공급망 안에 있는 모든 기업에 다음과 같은 규범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침해가 발생할 때 자신의 영향력에 비례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옵티칼 폐업과 집단 해고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엘지디스플레이에도 묻는 이유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옵티칼의 편광필름 공급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가지는 기업 중 하나다. 그렇다면 그러한 영향력에 걸맞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엘지디스플레이는 옵티칼 공장 폐쇄와 해고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모기업인 니토덴토가 물량을 옵티칼에서 니토옵티칼로 변경해 납품하는 것을 알면서도 집단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조치는 없었다. 국제 기준과 관행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엘지디스플레이는 이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정한 책임도 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엘지디스플레이가 글로벌 기준과 관행을 모를 리 없다. 거래 단절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옵티칼 사안의 해결을 위하여, 그리고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이 무사히 옥상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엘지디스플레이가 자신의 영향력을 적절하게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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