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사례를 보면서 그 총수의 구속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왜 구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 필자를 발견한다. 이번에는 누가 타깃이 되었고 저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까에 사고가 고정된다. 언론의 보도 태도 또한 비슷하다.
달리 생각하면 해당 기업인의 구속 여부 결정에 있어 사안의 경중이나 구속 이유의 적정성보다는 검사의 구속 의지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 지인과의 만남 중 화제로 떠올라 “이런 사안에 회장까지 구속해야 되나"라고까지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수사기관에서는 구속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를 하고, 여러 관련 사정도 고려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구속 사유에 대한 고려가 일반 시민들이나 일반 법조인들과의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그건 재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면 ‘저 돈 많은 사람이 또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저렇게 구속을 시켜서 사회에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맞지’라고 사람들은 시원해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사건 안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런 사안을 두고 구속까지 시켜 개인과 기업을 망신 줄 필요가 있을까라고 혀를 차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형사재판이 끝난 지 한참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해당 기업인이 구속되어 재판받은 사실은 기억하지만, 무슨 죄를 지어 구속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인의 구속 소식을 들을 때면 필자가 약 20년 전 검사로 일할 당시 했던 수사가 생각난다. 수사 대상은 대기업 총수는 아니고, 의류 도매상과 봉제공장주들이었다. 그 도매상은 유명 브랜드 상표가 붙은 의류 상당량을 무단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구속이 되었는데, 이후 봉제공장 업주들도 여럿 구속됐다. 당시야 상표법 위반 사범을 적발하여 물품은 모두 압수하고, 여럿을 구속시켰다고 보람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봉제공장주들까지 구속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봉제공장주들은 초과 물량을 몰래 시장으로 빼돌린 일로 인해 원청 회사로부터 일감이 끊길 것이고 형사 기소도 될 것인데, 거기다 구속까지 시켜 당장 공장 경영마저 힘들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과 영세 봉제공장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찌 되었건 기업 오너의 구속이라는 측면에선 달리 볼 것도 없어 보인다.
기업주가 행한 불법과 범죄에 대해서는 그 대가를 충분히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대가가 형사처벌, 특히 구속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변화된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적절한가이다. 파렴치범이나 회사가 망할 지경으로 만든 경제사범이라면 도주 우려 등이 있으므로 당연히 구속되어야 마땅하나, 그런 경우가 아니므로 그 기업주가 해당 기업의 경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어권 보장 차원뿐 아니라 국가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업주의 인신 구속 문제에 있어서는 기업의 평판, 구속으로 인해 회사 경영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하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