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냐 도널드 트럼프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백인 주류사회에 처음으로 유리천장이 깨질 수 있을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초접전 레이스다. 챗GPT도 승자를 예측 못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이번 대선은 예측이 가장 난해한 선거일지도 모른다.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의 피를 섞어 받은 비백인 여성의 대통령직 도전 행진은 순탄치 않다. 선거전 초반 기세등등하던 해리스 측의 표정이 심상찮다. 믿었던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핵심 경합주에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민주당의 근심거리가 돼 버린 곳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3개주다. 흔히 ‘블루월’(파란 장벽)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곳은 노조 영향력이 강해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이들 3개주를 싹쓸이했던 곳이다. 그런데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다.
경합주 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규모가 19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 7일 기준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대상 지지율 조사 결과 두 후보 평균값은 48.2%로 동률이다. 해리스나 트럼프 모두 펜실베이이나만 잡으면 백악관 직행 길이 열린다. 양 진영 모두 이곳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여론조사 추이가 관심이다.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오차 범위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백악관 입성의 ‘매직 넘버 270명’을 달성하기 위해 총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경합주 표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대선일이 가까이 오면서 158cm의 키에 늘 웃음을 터뜨리는 해리스의 유쾌한 질주가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최근 파이브서티에이트 여론조사에서도 미시간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평균 48%로 트럼프(46.3%)에 소폭 앞서고 있을 뿐이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지지율 탄력을 받고 있다. 7개 경합주에서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차 범위 이내이지만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에서 1%p~2%p 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지표가 확인되고 있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선벨트’(따뜻한 남부)에서 강세를 보인 트럼프는 러스트벨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묻지마 트럼프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이 많다. 게다가 미시간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반대하는 무슬림 인구도 상당수다. 이들 지역에서 2~3%p 이상 더 득표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의 승패는 전략에 달렸다. 트럼프는 ‘경제 대통령’이란 이미지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높은 물가를 잠재우고 중국의 위협을 잠재울 적임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마케팅을 한다. 트럼프는 감세와 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군비 확장, 이민자 대거 추방 등 앞선 대선에서 재미를 본 카드를 그대로 사용중이다.
반면 해리스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 중산층 감세, 기업 및 고소득 가구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이 핵심이다. ‘화성에서 온 해리스, 금성에서 온 트럼프’라는 말이 나올만큼 이 두 사람의 정책 색깔이 극명하게 갈린다.
중동 문제도 해리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연일 중동에서 일을 저지르고 있다. 전선은 확대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해리스가 이스라엘에 확전 자제를 요청하면 ‘반유대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반면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할 경우 경합주 내 중동계 유권자 표를 잃는다. 출구없는 딜레마다. 미국내 무슬림들의 반응이 싸늘할 수 밖에 없다. 해리스가 초조해졌다. 대중 연설에 강점을 가진 민주당의 ‘비밀병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샤이 트럼프’ 바람은 허리케인급 위력으로 커져가는 모습이다. 3주후 누가 백악관의 주인공이 될까. kt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