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함께 하는 교육의 의미와 과제

경남에서 지난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예산이 삭감되더니, 어제(15일)는 결국 이 사업의 근거가 되는 지원 조례 자체가 폐지되었다. 언론에서 거론된 내용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중 일부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핵심인 듯하다. 부산의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에 참여했고,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이 활동에 전념한 필자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히 모처럼 마음을 내어 순수하게 참여한 활동가들로 하여금 오히려 정치 집단화하도록 부추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부산에서는 경남의 이번 조례 폐기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부산의 아이들이 올바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기초자치단체, 학교, 학부모, 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교육적 행위는 헌법에 명시된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록 활동가들이 헌신적인 자세로 역할을 다하더라도 교육 활동에서 이러한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학교에서는 교육자가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교실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주장한다면 교육자는 사직서를 제출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세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깊이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또 이와 함께 유의할 것은 어떤 교육활동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대해 일부는 “아이들을 붕어 가재 개구리 잡으면서 개천에서만 살게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기야 부산에서 처음 이 사업이 시행될 당시 모 구청장에게 다행복교육지구(현 희망교육지구) 사업 참여를 주문했을 때 “왜 우리 학생들이 열악한 이 지역으로 학습해야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사업의 취지를 이해한 후에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부산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동서 교육격차’의 해결책으로 도입됐다. 시교육청은 오래전부터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 저소득층 지역,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해운대와 동래를 중심으로 한 동부산 선호 현상은 남아 있다. 그래서 지역 주민이 어떤 형태로든 그 지역의 교육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자기 계발을 위한 평생교육을 통해 그 지역에 대한 정주 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세계적으로도 지역의 쇠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역 기반 교육시스템을 확장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는 커뮤니티 스쿨을 통해 학업뿐만 아니라 지역 가치와 전통을 강화하는 교육을 실현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정부가 원주민을 대상으로 전통 지식과 현대 교육과정을 혼합한 마을 교육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는 교육을 통해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수팀에서 조기 교육 및 커뮤니티 스쿨 정책을 초안한 데이비드 커프는 그의 저서 ‘Improbable Scholars’에서 지역사회 참여가 공교육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하면서 “학교는 지역사회와 고립되지 않고 조직의 일부가 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예시로 든 곳은 맨해튼 허드슨 건너편의 가난한 라틴계 학군인 뉴저지 유니언 시티이다. 한때 주에서 최악의 학군이었으나 이제는 고등학생의 약 90%가 졸업장을 취득하고, 그 중 60%는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대학에 진학하는 우수한 학군으로 변모했다.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고, 한 가정이 건강한 성장의 터가 되는 것은 그 마을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하다. 마을의 기관과 개인이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가정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마을 구성원들에게 안도와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또한, 학습 결손이나 격차 문제는 미래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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