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면서 고체인 전자결정 발견 초전도체의 비밀 풀릴지 기대

국내 연구팀이 고체 물질 속에서 액체와 고체의 특징을 모두 지니는 ‘전자결정’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전자결정이란 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움직일 수 없는 ‘결정(Crystal)’ 형태를 이룬 것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이 같은 특성을 모두 가진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탐지한 전자결정 조각의 크기는 1~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보다 작았다. 이번 연구는 ‘고온 초전도체 현상’ 등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를 풀어낼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영하 240도 이상에서도 물질의 저항이 사라지는 고온 초전도체 현상이 전자결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하 243도는 통상 극저온으로 여겨지지만 더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보다 더 저렴하게 초전도 현상을 응용할 수 있어 ‘고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온 초전도체는 병원에서 쓰이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기나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을 높여줄 기술이다.

고체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로 구성된다. 고체 물질 속 원자들은 아주 규칙적인 대열을 이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원자에 붙은 전자는 고체 물질 안에서도 마치 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물질에 전압을 걸어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주면 전류가 발생하는 것은 이런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과학계는 고체 물질 속 전자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 전자결정이란 공기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 때문에 어느 순간 규칙적으로 배열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헝가리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는 1930년대에 이런 현상을 이론으로 제시했고 그 공로로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김 교수팀은 이론을 넘어 실제 전자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알칼리 금속을 도핑한 물질에서 액체 성질을 지닌 전자를 발견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액체 성질의 전자가 고체가 돼가는 과정, 즉 전자결정이 돼가는 중간 단계를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물리학 난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액체와 고체 상태를 모두 보이는 전자결정은 물질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특성과도 유사하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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