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호의플랫폼정부] 정책에도 상하좌우가 있다

정책의 의미는 다양하나 분명한 것은 정부와 국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서 국민에게 무엇을, 왜,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며, 국민은 정책과 그 결과를 통해서 정부가 하는 일이 정당하고 국민이 필요한 것이며, 그 일을 잘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흔히 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은 정책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줄었다는 의미이다. 즉 정책의 목표가 달성된 상황이나 결과를 말하며, 그 반대가 정책 실패로 지칭된다.

오랫동안 정책학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질문은 성공적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이다. 다양한 이론적 주장과 연구 결과들이 쌓였는데, 대부분 정책 자체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 예산과 같은 집행에 필요한 정책자원의 충분한 확보, 그리고 대상 집단의 순응 등이 강조되었다. 우리의 현실을 보더라도 정책 과정에서 정부가 제일 신경을 쓰는 단계가 정책을 만드는, 즉 결정 단계이다. 또한 부처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며 한편으로 대상 집단의 강력한 반대가 없도록 조치하는 데 노력을 쏟는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노력으로 정부 정책이 과연 제대로 된 효과를 발생하여 국민이 불편해하는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이 만족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이다. 정부는 성공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그렇지 못하다면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

흔히 간과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정책의 상호 연관성이다. 정책이 단일한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다른 정책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하나의 정책을 볼 때 그 정책만의 단일 효과도 있지만, 다른 정책들과 연계적 집행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의 정책문제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어서 단일 부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악한 난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의 상호 연관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얼마 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사이버위협 대응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현황에 따르면 내년 정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1.8% 늘어난 29조7000억원으로 편성된 반면 사이버위협 R&D 예산은 8.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사이버보안 R&D 확대 방침을 담은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은 역행하는 모습이어서 해당 부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럽다.

사이버안보라는 상위 계획과 부처의 하위 정책 사이의 연관성이 무너진 모습이다. 이 사례의 하나로 정부 부처 간, 기관 간 정책 연관성 부족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부처는 열심히 일하지만, 연관된 상위정책이나 다른 부처의 정책이 작동할 수 없거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없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결국 부처 간 경계와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이 문화처럼 자리 잡지 않는 한 단일 부처만의 시각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성공보다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정부가 정책 입안 시 무엇을 세밀하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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