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 가르치는 일본 경시청, 왜?

“머리를 양 갈래로 나눠 둥실둥실한 느낌으로 땋아주세요. 얼굴 근처 머리카락은 모두 뒤쪽으로 넘기세요.”

일본 도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시청 소셜미디어에 최근 여성 잡지에 실릴 법한 헤어스타일 강좌가 연일 게재돼 “계정이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경시청은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야마노 미용 전문학교와 협업해 지난달 21일부터 하루 한 편씩, 총 11편의 강좌 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

이른바 ‘헬멧을 써도 망가지지 않는 세련된 헤어스타일 강좌’다. 이는 자전거 이용자의 헬멧 착용을 장려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앞서 일본에선 지난해 4월 자전거 이용자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시행 이후 1년 남짓 지난 올 7월 조사에서 실제 착용률은 17%에 그쳤다. 헬멧 미착용자 32%가 “집에서 애써 꾸민 헤어스타일이 망가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강좌엔 긴 머리를 뒤로 넘겨 두세 갈래로 묶거나, 짧은 머리를 정수리부터 촘촘하게 땋아 헬멧을 써도 풀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담겼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 머리도 어떻게 고정해야 헬멧에 망가지지 않는지 1분 남짓한 영상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헤어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들이 주로 젊은 층이란 점에 착안해 최신 유행하는 ‘K팝 아이돌 스타일 미용법’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엔 K팝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경시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도쿄에서 자전거 탑승 중 숨진 사람은 148명으로, 이 중 60% 이상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분석 결과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이들의 치사율은 착용한 경우보다 2.7배 높았다. 경시청 교통총무과 곤다 요헤이씨는 “헬멧 착용률을 높이려면 법안의 단순 홍보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에 젊은이들이 헬멧을 쓰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 방책을 짜냈다”고 했다.

일본 남서부 사가현에서도 같은 방책이 나왔다. 사가현은 지난 7월 일본자동차연맹(JAF), 지역 미용 전문학교와 협업해 ‘성별 불문 헬멧에도 망가지지 않는 헤어스타일 5종’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사가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그런 헤어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열었다. JAF 사가현 지부 야마사키 게이스케씨는 지난 8일 NHK에 “자전거 탑승자에게 헬멧은 목숨을 지켜주는 장비”라며 “특히 중·고등학생 등 젊은 층이 헬멧 착용을 상식으로 여겼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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