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진보교육 계승 이뤄”…조희연 정책 그대로 잇는다

정근식(67) 진보 단일후보가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조희연 전 교육감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정 당선인은 “(보궐선거 승리로) 진보적 혁신교육 계승의 사명을 이뤄냈다”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처럼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력과 협력,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정 당선인은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 전 교육감의 학과 후배다. 노무현 정부에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정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곽노현 전 교육감 등과 경쟁해 진보 단일후보가 됐다. 독자 출마했던 최보선 후보도 지난 12일 사퇴하고 정 당선인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 12년 만에 보수 단일후보가 나온 데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진보·보수 양강 후보가 접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 난립으로 조희연 전 교육감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정 당선인은 이날 오전에도 소셜미디어(SNS)에 “투표율이 너무 낮다. 바로 투표장에 나와달라. 한 표가 절실하다”는 글을 올렸다.

정 당선인은 당장 17일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해 2026년 6월 30일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전교조 교사 특별채용 문제로 물러나게 된 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를 채운다. 그는 ‘조희연 표’ 진보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을 계승할 계획이다. 서울 학생이 비수도권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학교에 다니는 농촌 유학 활성화도 공약했다.

정 당선인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실행할 1호 공약은 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 설치다. 그는 앞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에 여러 교육단체, 학부모, 시민들이 참여해, 참신한 아이디어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며 “서울 교육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학습진단치유센터도 설치한다. 각 교육지원청의 학습도움센터 기능을 확대해 기초학습과 미래형 학력 신장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정 당선인은 “기초학력은 전국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 교육도 강화할 전망이다. 정 당선인은 “역사 왜곡과 친일 교육이 선을 넘었다”며 교육청 산하에 역사위원회, 역사자료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교사들의 역사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독립운동 역사 부교재 제작, 학생의 역사 해석 데이터베이스화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 11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역사 과목은 교과목으로선 비중이 작지만, 학생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체성 확립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지형은 다시 진보 우위 구도가 됐다. 당초 진보 성향 9명, 보수 성향 8명이었다가 조 전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8대 8로 균형을 이뤘다. 진보 우위로 회귀냐, 보수 우위로 역전이냐는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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