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16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 힘겨운 선거를 치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금정에서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0%포인트 격차를 벌인 승부였다. 인천 강화에서도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득표율 50.92%)가 한연희 더불어민주당 후보(42.20%)를 제치고 접전을 벌였지만 승리를 거머줬다.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힘의 선방과 민주당의 체면치레로 모아진다. 특히 금정과 강화의 승리로 한동훈 대표가 리더십의 위기를 넘기게 됐다. 한 대표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의정 갈등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 등 잇따른 악재에 당정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었다.
부산 금정의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겹치면서 막판 박빙 판세라는 분석이 나오자 한때 여권에 위기감이 돌았다. 한동훈 대표가 부산을 여섯 차례나 찾는 등 중앙당 차원의 총력 지원을 쏟아부었다.
부산 금정을 야당에 내줄 경우 당내 계파는 물론 당정 사이에 패배 책임론을 놓고 ‘네탓 공방’이 벌어지면서 여권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텃밭 수성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제 재보선 이후 한 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과 올해 총선에서 연패했다. 한 대표 체제는 일단 그 흐름을 끊었다. 한 대표는 재보선 국면에서 끊임없이 ‘당정 쇄신’을 강조하며 당내는 물론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 강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여권 위기설’의 중심에 선 김 여사를 겨냥해 대외 행보 자제와 측근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등 재보선을 앞두고 메시지 강도를 높여왔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고강도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금정·강화 보선 승리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한 대표의 메시지는 김 여사를 고리로 한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당내 및 당정 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혔다. 한 친한계 당직자는 “재보선이 한 대표가 당내는 물론 당정 관계에서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보선 이후로도 당내 세력 구도와 당정 관계의 양상을 좌우할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17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앞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야 한다’며 사실상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여사 악마화’ ‘여론재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어 양측은 언제든 재충돌할 수 있다.
다음 주 초로 예정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만남도 중대 고비다. 주요 의제로 예상되는 김 여사 관련 이슈 및 의정 갈등에 대해 이른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도출된다면 삐걱대던 당정 관계가 정상화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반대로 ‘빈손 회동’에 그친다면 당정 관계는 다시 악화하고 당내 계파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병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