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습니다. 이 상(노벨문학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해요.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는 왜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밀러(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반문했다.
기자가 ‘아버지가 딸이 세계의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거론하자, 그는 “뭔가 혼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어서 잔치를 열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노벨문학상 발표 당시를 다시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에 대해 “인터뷰할 때 장난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글을 쓰는 것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림원으로부터)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 바라건대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강은 자신이 동인으로 활동하는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 ‘보풀’에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본 짧은 글을 기고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후 나온 첫 글이다.
‘보풀’은 지난 15일 발행한 제3호 레터에서 한강이 쓴 ‘깃털’이라는 짧은 산문을 소개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여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며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고 적었다. 외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라고 묻고는 작가의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외할머니의 “고요한 얼굴”을 보여준다. 이어 한강은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