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10년 전 중학생 시절에 유행했던 음식 중 하나가 ‘마약 옥수수’였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 중독성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표현인데 어린 나이었지만, 이 뜻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어 음식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단지 “그 정도로 중독성 있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음식에 중독성을 표현하고 싶으면 죄다 마약을 붙였다.
이 외에도 마약 밀거래를 소재로 한 영화, OTT 서비스 등의 콘텐츠가 대거 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청소년에게 ‘마약’의 경계심을 허문 요소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전문가들도 앞서 언급한 표현과 문화들이 사회적 정서상 불법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SNS를 통해 음식, 장소, 챌린지, 콘텐츠 등 유행하는 문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청소년들은 마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에서 비롯된 호기심,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는 환경 등이 위험 요소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검거된 청소년 마약 사범(전국)은 총 2540명에 달한다고 한다. 검거 인원의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전체 연령대 중 10대가 가장 컸다.
10년 전 43명이었던 청소년 마약 사범은 꾸준히 늘다가 2022년 294명이 검거, 지난해에는 1066명으로 폭증했다. 청소년이 마약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관련 사범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어 범정부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효과적인 해결책이 부재하다 한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미국에 갔을 때 마약에 취한 노숙자들을 보고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선 교육, 처벌, 치료 등을 총체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해결책이 절실해요”
청소년 마약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던 한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총성 없는 종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