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k-방산수도 대전, 방위사업청 없이도 가능한가?

최근 국방부가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연구개발(R&D) 기능을 대폭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방산수도 대전’ 구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시는 2022년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 선정과 함께 2026년까지 방위사업청 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K-방산수도 대전’ 실현하고, 국방 드론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전략 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방사청 기능의 축소 및 국방부로의 이관이 현실화될 경우 대전시의 방산산업 성장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방사청의 대전 이전은 단순히 기관 하나가 옮겨오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 인프라와 방산 관련 연구기관들을 활용해 대전이 국방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특히 대전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여러 정부출연 연구기관, 방산대기업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집적된 지역으로, 방사청 이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공식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방사청 인력 80명(전체 인력의 5%)과 2025년 기준 방사청 전체 예산의 64.3%(2조 9834억 원)를 흡수하고, ‘국방기술혁신원’ 출범을 추진 중이다. 대전으로 이전될 방사청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대전시가 구상한 ‘K-방산수도’ 핵심 기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전에서 드론을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드론은 전차, 장갑차 등 고가의 군사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500-1200달러짜리 드론으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면서, 국방드론은 보다 현대적인 전쟁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무기체계로 자리잡고 있다.

대전은 드론 분야에 특화된 방산 혁신 클러스터로 지정돼 있어, 이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방드론의 경우 정찰, 공격, 물자수송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그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세를 뒤집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것처럼, 향후 전장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한민국 역시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국방드론 개발과 운용 능력 향상이 시급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전이 가진 과학기술 인프라와 우수한 인적 자원이 국방드론 분야와 결합된다면 첨단 방위산업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방사청의 핵심 기능이 축소된 채 대전으로 이전된다면,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대전은 강력한 과학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책임론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방사청 기능의 축소라는 외부적 도전에 다시 한번 직면한 지금,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먼저, 국방부의 방사청 기능 흡수 계획에 대한 상세한 검토와 함께, 이것이 대전의 방위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방사청의 핵심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대전으로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이를 기회로 전환해 방산산업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 중앙정부와의 소통 강화, 민관군 협력 체계 구축, 그리고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 대전이 미래산업으로 달려가는 성장엔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전시와 정치권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이지혜 목원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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