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법규준수 지침상 전문매체 외에는 정보 제공이 어렵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위고비’를 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약이지만 정작 그 일선에 있는 기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주변 지인들이 관련 정보를 먼저 알려주는 경우까지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생기는 건 정작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가 국내 언론에는 모르쇠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샤샤 세미엔추크 노보노디스크제약 대표가 직접 언론과의 간담회에 나서 “한국은 출시 우선순위 국가"라고 강조했던 것과 달리 국내 출시가 임박하면서부터 회사의 반응은 ‘알려줄 수 없다’ 혹은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좋은 약을 많이 팔기 위해 정보를 제대로 알리려 한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는 ‘광고’로 비칠 수 있다며 정보 제공을 차단하고 있다. 근거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광고를 제한하는 ‘약사법’이다. 전문의약품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정보 제공을 제한해야 해 의약전문 매체가 아닌 일간지에는 위고비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의 이 같은 행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위고비 출시 심포지엄 내용도 검색만 하면 관련 내용이 모두 나온다. 환자들도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약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전문매체들 역시 제약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쓴 뉴스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배포한 지 오래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마저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의 정상적 활동으로 판단되는 보도자료 배포만으로는 의약품 광고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노보노디스크의 태도엔 변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에 외국계 제약사는 민감하고, 특히 위고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다 보니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도 ‘처방 대상인 비만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가 아닌 이들의 지나친 관심’을 제한적 정보 제공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위고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다이어트 약’으로의 오남용 가능성, 금지된 온라인 불법판매 등의 문제가 이미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선 제대로 된 제조사라면 올바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순리다. 하지만 오히려 방치에 나서는 노보노디스크의 모습을 보면 다이어트 약으로 쓰이더라도 잘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위고비가 ‘기적’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비만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치매 등 다양한 병을 고치는 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