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조선 태실… 내년 세계유산 등재 추진”

“저출생 시대 ‘태실(胎室)문화’로 생명 존중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고, 우리나라만 지닌 독특한 문화유산의 국제적 공인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재완 경북 예천박물관 관장은 17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조선 왕실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후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생명 존중 사상의 의미를 지닌 시설물로 현대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문화유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경북 영천에서 개최된 ‘조선 왕조 태실, 세계 유산 등재를 위한 비교 연구’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태(胎)를 명당이나 길지에 묻고 조성한 시설이다. 태어난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태 처리 방식이다.

이 관장은 “생명과 연결된 탯줄은 전 세계 민족이 공통으로 중요하게 여기며 땅에 묻거나 태우기도 했다”며 “조선은 왕실 자손의 건강을 나라의 건강으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태주(胎主)의 명석함과 다산(多産)을 위해 태실을 특별히 관리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장태(藏胎)문화를 간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태실은 창덕궁, 조선왕릉, 종묘제례와 함께 왕실문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유산으로 조선왕조실록 등에 관련 기록도 있다”며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왕직(이왕가(李王家)와 관련된 사무 일체를 담당한 기구)’이 전국에 산재한 상당수 태실을 훼손한 뒤 방치해 절도범에 의해 도난당했을 뿐만 아니라 토지의 사유화 등으로 관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최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태실을 축제와 교육 소재로 활용하며 지역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훼손되고 방치된 태실도 복원하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확인된 조선 왕조 태실은 총 121기다. 경북이 44기로 가장 많고 경기 24기, 충남 15기, 강원 13기, 서울 8기, 충북 7기 등이다. 국가 지정 사적 20기, 보물 2기를 비롯해 지자체 지정 기념물 9기, 유형문화유산 7기, 민속문화자료 3기 등이 있으며 미지정 태실도 76기나 된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경북도 산하 경북문화재단을 비롯해 경기도, 충남도, 충북도 등 4개 문화유산 연구 관련 출연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4개 지자체는 오는 2025년 태실 세계유산 등재추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잠정목록 신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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