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총선)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은 거리 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자민당을 택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출마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총 1344명으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이는 직전 2021년 10월 선거 당시 1051명보다 293명 많습니다. 입후보자 가운데 여성은 314명으로 2009년 중의원 선거(229명)를 넘어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야당이 후보 단일화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각 당 출마자가 늘고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일부 의원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불허한 게 입후보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전국에서 거리연설에 나섰습니다. 지난 15일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를 찾아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은 매달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면서 “자민당과 공명당 정권만이 일본 독립과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16일 오후 7시 도쿄 메구로구 나카메구로GT타워 앞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지역구에 입후보한 집권 자민당 후보 이마오카 우에키를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거리 유세 차량 위에서 연설을 시작하자 청중은 일제히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사과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민당의 정치와 돈의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사태를 초래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약 10분 동안 연설하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내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민당 의원들을 뽑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다른 총선 후보 지원 연설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미일 동맹 강화 등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을 거론하며 자민당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거리 연설 장소로 비자금 스캔들로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아 이번 선거에서 공천 배제된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의 지역구인 하치오지시를 택했습니다. 노다 대표는 “비자금이 큰 쟁점이라는 것을 국민이 이해하고 그 분노를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서 비자금 의원 지역구를 돌아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내각에 대한 신임을 묻는 장입니다. 비주류로 집권 자민당 내 지지 기반이 약한 그가 조기 총선을 통해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와 동시에 작년 12월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추락이 기시다 전 총리의 총재 연임 포기 및 조기 총선거 실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민심 심판 선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는 27일 치러질 이번 총선 투표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의 주인이 정해집니다. 현지 언론은 선거 승패 기준으로 자민당 단독 과반(233석) 확보 여부를 꼽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정권을 탈환한 2012년 12월 총선 이후 3년 전인 2021년까지 네 차례 총선에서 모두 단독 과반을 확보했었지요.
다만 연립 여당(자민당+공명당) 과반수 확보를 승부선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를 포함해 헌법 개정 지지 세력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