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지난 일주일 특별한 감동…계속 책 속에서 독자 만나길”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17일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 작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이달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후 일주일 만에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면서다. 앞서 포니정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지난달 19일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 잡혀 있던 일정이라 예정대로 참석했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포니정 혁신상 수상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먼저 짧게 밝혔다. 한강 작가는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 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며 “허락해주신다면 궁금하셨을 말씀들 간략하게나마 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는 현실감이 들지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며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야 현실감이 들었고 그날 밤 조용히 자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며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한다”고 했다.

한강 작가는 이어 포니정 혁신상 수상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엔 건강을 생각해서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제가 나름대로 성실히 살려고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니, 마치 한 줌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집니다.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작가의 황금기가 50~60세라고 한다면 6년이 남았습니다. 6년 동안 마음 안에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데 몰두하고 싶습니다.”

이날 시상식은 취재진 출입을 제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수상 소감은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 밖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사진 기자단만 사진 촬영을 위해 시상식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포니정 혁신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 정’에서 이름을 딴 상이다.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준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상금 2억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2006년 제정 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전 피겨 선수 김연아, 피아니스트 조성진,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등이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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