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일 땐 몰랐던 ‘트라이앵글’의 안정감… 즐거움도 세 배!

“트라이앵글(triangle·삼각형)이 주는 안정감이 있잖아요. 아이 둘일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셋이 되고 트라이앵글의 안정감·균형감을 느껴보니 비로소 ‘가족이 완성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광진구에 사는 신희정(43)·전진욱(41) 부부는 삼 형제를 키우는 엄마 아빠이자 이른바 ‘세 자녀 예찬론자’다. 아이 둘일 때와 셋일 때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는 게 이 부부의 얘기다. 신씨는 “2011년 결혼 후 2012년 첫째 우리, 2015년 둘째 누리를 낳고 더 이상 자녀 계획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선물로 2019년 셋째 하랑이가 찾아왔다”며 “처음엔 덜컥 겁이 나고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남편 전씨도 “조금 걱정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셋째 하랑이가 태어나고 나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끼리 잘 놀고 끈끈했다. 신씨는 “둘이서 놀다가 다투는 일이 있어도 다른 형제가 있으니 금방 화해하고 다시 같이 논다”며 “셋이 함께 있으니 외로울 틈이 없고, 무엇보다 밖에 나가서도 서로 챙겨주고 힘이 돼주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삼 형제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형제·자매가 없는 친구들에게 “넌 형이 있어서 좋겠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삼 형제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신씨 집에서 자고 가는 날도 종종 있다. 엄마들도 부러워하긴 마찬가지다. 막내 하랑이가 한두 살 때만 해도 “안 힘드냐”고만 하던 주변 엄마들이 요즘엔 “나도 그때 하나 더 낳을걸…” 아쉬워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형제·자매가 없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외로워할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 집은 아이들이 트라이앵글로 서로 의지한다”며 “형은 동생을 챙기고 동생은 형을 보고 배우고, 놀 때는 다 같이 웃으니 즐거움도 세 배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부부 주변에도 한 자녀 가구 또는 많아야 자녀가 둘인 집이 대부분이다. 그는 “셋째가 태어난 직후였던 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엔 아이 셋을 데리고 밖에만 나가면 ‘설마 다 이 집 아이들이냐’ ‘대단한 애국자’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신기해하는 시선이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12년간의 출산·양육이 쉽지만은 않았다. 신씨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다. 무역 회사에 다니다 첫째를 임신·출산한 뒤 1년 육아휴직을 썼다. 복직해 일·육아를 병행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쓸 때도 회사에서 눈치를 줬고, 어떻게든 휴직을 쓰고 2013년 돌아오니 업무 분장이 바뀌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아이가 아플 때 조금 늦게 출근하는 것도 너무 눈치가 보였다”면서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복직 두 달 만에 퇴사했다”고 했다.

둘째·셋째 출산 때는 모두 조산 위험이 커서 각각 한 달 넘게 집·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출산 후에는 양육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LG전자 연구원인 남편이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밤 9시가 다 됐다. 신씨는 가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가며 주 양육자로서 엄마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러 출산·양육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직장 문화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둥이 부모로서 체감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은 주차비 50% 할인 정도밖에 없다”면서 “다둥이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비 감당하기도 벅찬데, 한번 경력 단절이 된 여성은 재취업도 어려운 만큼 우선 양육 수당이 충분히 지원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둥이 부모로서 피부로 체감하는 출산·양육 지원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신씨도 조만간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 부부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지만, 아이를 하나씩 낳을 때마다 육아 자체는 더 수월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부모의 육아 노하우가 쌓인 데다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늘어나다 보니 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둘 있는 부부들에게는 꼭 한 명 더 낳길 추천한다고 했다.

신씨는 “아이 둘일 때와 셋일 때 육아 부담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고, 셋째를 낳고 나니 ‘둘도 적었던 거구나’ 생각하게 됐다”며 “내 나이(43세)가 조금만 더 어리고 건강이 따라줬다면 넷째도 생각했을 것 같다”고 했다. 남편 전씨도 “평소 조용한 성격이라 좋은 일이 있어도 남들 앞에서 자랑하지 않는데, 요즘엔 ‘삼 형제 아빠’라는 사실을 자랑하고 다닌다”며 “퇴근할 때 아무리 지쳐도 ‘다녀오셨어요’ 하고 반겨주는 가족이 넷이나 있으니 귀갓길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삼 형제와 축구·농구 하고 야구장 데려가는 ‘주말 육아’를 도맡는다.

신씨는 잠들기 전 아이들과 눈 맞추며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뭔 줄 알아?”라고 묻고, 아이들이 “우리 낳은 거”라고 답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그때 ‘맞아’ 하면서 아이들 눈을 보면 내가 주는 사랑을 스펀지처럼 쫙 빨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헌신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로와 사랑을 자식에게 받는 것 같다. 결혼·출산을 주저하고 고민하는 많은 분이 이 감정을 꼭 느껴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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