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인천 송도컨벤시아 그랜드볼룸 홀에선 대한응급의학회 추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전국 400여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실 의사 등 의료진 1000명 정도가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응급실 의사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힘내세요” “전공의 선생님들이 내년에는 돌아와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엔 전공의들을 위한 좌석을 별도로 마련해 놨지만, 오전엔 한 명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오후엔 2~3명이 앉아 있었다.
작년 대한응급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는 1500~1600여 명의 의사 등이 참석했다. 통상적인 참석 인원이다. 그런데 이번엔 60%가량만 참여한 것이다. 학술대회에 온 응급실 의사들은 “올 6월 춘계 학술대회 참석 인원(500여 명)보다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참석률이 저조한 편”이라며 “응급실을 지키던 전공의 집단 이탈 후 남아 있는 의사들은 잦은 당직으로 학술대회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고, 진료를 하던 교수들이 ‘진료’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응급실 의사들은 “다른 필수 진료과도 사정은 똑같다”며 “연구를 못 하면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는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날 학술대회에서도 ‘연구량 저하’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응급의학회의 춘계·추계 학술대회엔 보통 연구 결과(포스터 연구 발표)가 100여 편 발표된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선 발표된 연구 결과는 예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편이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명지병원 의무부원장)은 이날 행사 개회사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술 활동, 응급의학의 발전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등 이 학회 임원들은 기자들에게 “응급의학 발전을 위해 우리는 환자를 봐야 한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의정 갈등 사태 후, 소아 응급 환자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연구, 정부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증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인상했지만 장기적으로 응급실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됐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응급의학이 잘되려면 결국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전공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자포자기한 전공의가 많다”며 “이들의 마음을 잘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