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의 퍼스펙티브] 무조건 감세는 지속가능 재정 위협…금투세 보완 후 시행을

금융투자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020년 6월 도입 발표 후 여야 합의로 법이 통과, 2022년 2년 유예로 내년 실시가 예정됐지만 정부·여당은 폐지를 주장한다. 금투세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체계를 단순하게 통일하고 거래세를 중장기적으로 폐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었다. 합당한 근거가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리에 맞고 금융상품 간 세금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여러 금융상품의 손실과 이익을 하나로 합쳐 계산하기에(손익통산) 전체적으로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 현행 금투세는 조세 중립성 위배 주식만 우대하는 것이 공정한가

금투세 목적은 자본시장 선진화 일반주주 보호 위한 제도 정비를

재정수요 파악 후 부담자 정해야 공제 줄이고 세제는 단순화하길 」

대만 증시 폭락은 금융실명제 때문

시장이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합리적 논거 없이 논란만 난무한 상황은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킨다. 금융시장에는 ‘자기충족적(self fulfilling) 예언’이란 현상이 있다. 나쁜 일을 계속 언급하면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곤 한다. 금투세는 오해가 많다. 금투세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에게만 불리한 세금이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투세는 소득세이므로 내국인만 해당된다. 외국인은 제 나라에서 세금을 낸다. 법인의 금융투자 차익은 법인세에 포함된다. 대만이 금투세 시행으로 증시가 폭락해 결국 금투세를 폐지했다고? 대만 증시 폭락은 금투세 때문이 아니라 금융실명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주장은 금투세 도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그 수용성을 떨어뜨린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시행을 유보하고 데이터를 통해 냉정하게 시장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투세는 일단 유예하고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해 납세자가 수용 가능한 안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금융자산 과세제도의 대안으로 종합과세 체계와 이원적 소득세제(DIT: Dual Income Tax)가 거론됐다. 2013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린 것은 종합과세 체계로 방향을 설정한 것이었다. DIT는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근로/사업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것으로 금투세는 DIT의 방향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자본이득, 이자, 배당이 발생한다. 현행 금투세는 자본이득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자와 배당은 종합소득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펀드투자에서 배당을 받으면 2000만원까지는 15.4%로 분리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현행 금투세는 종합과세와 DIT를 절충한 제도인 것이다. 금투세가 DIT의 성격을 갖고 과세체계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뿐만 아니라 이자와 배당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도입 목적에 부합한다. 그러나 현 제도에서는 주식/채권, 공모/사모펀드 등 개인의 투자 선택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금융상품별로 다른 과세체계를 단일하게 통합하려는 목적이 이 절충으로 인해 깨어진 것이다.

주식과 다른 금융상품 차등 적절한가 조세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새로운 세금이 납세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세의 중립성’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과제다. 물론 정책 목표에 따라 투자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형 펀드의 경우 5000만원까지 비과세지만, 그 외 모든 금융상품은 250만원까지이다. 자본시장에서 주식시장의 중요성을 참작해 금융상품의 비과세를 차등적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등이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금투세 도입을 발표한 2020년에는 주식에 대한 공제가 2000만원(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점)이었다가 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에 5000만 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최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안도 제시됐다. 자본시장 투자 인구가 크게 늘어 1400만명이 넘을 뿐만 아니라 채권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다. 주식만 우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상장주식과 공모펀드의 환매차익은 금투세의 대상이 되지만 사모펀드는 배당소득으로 간주돼 금투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는 공모든, 사모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동일한 행위인데 그 이득을 다른 이름으로, 다른 세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목적이 정당하고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세금을 도입할 때 미세한 간극이 있으면 납세자는 이 문제에 주목하고 그 세금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과세 대상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미세한 부분까지 조율해야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고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다.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을 때 과세당국은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과세대상자를 설득했어야 했다. 지난 2년간 그런 노력이 있었는가? 세상에 완벽한 세금·제도는 없다. 금투세 도입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종합과세와 이원적 소득세라는 상반된 조세정책 방향을 절충해 생기는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차분히 논쟁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특히 투자손실을 보전해 주는 금투세의 이월손실공제를 실시 이전 5년까지 소급하는 방안도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수자 다수결’ 도입 고려를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됐다. 주식시장에서 일반주주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법 제382조의 3항의 이사 충실 의무의 개정을 비롯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또한 자본시장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를 엄격히 처벌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에 더해 지배주주가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는 경우, 지배주주와 관련된 의사결정에는 소수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소수자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제도는 미국 델라웨어주법에서 권장하는 것을 비롯해 각국이 독립적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지배주주가 회사의 CEO를 겸직하고 관계회사와의 거래 및 합병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해를 배제하면 일반주주는 시장을 불신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다.

둘째,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세제를 전면 정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세수 부족이다. 2023년 50조원이, 올해는 약 30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상속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약화, 법인세율 인하 등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반도체 산업 등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저출생·고령화, 에너지 전환 등 재정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금을 없애거나 깎아주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렇게 해도 나라 살림살이가 될까 의구심을 갖게 된다.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은 재정수요를 파악하고 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돈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세제개혁 논의를 시작할 때다. 금투세가 종합과세와 이원적 소득세제를 절충한 이유도 금융상품 투자에 따른 이자, 배당을 금투세로 포함할 경우 소득세 종합과세, 즉 소득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각종 세목은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세율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상속·증여세 세율 문제는 소득세율과 관련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공제가 너무 많고 복잡해 납세자가 스스로 부담할 세금을 잘 알 수 없다. 그때그때 정책 수요에 따라 공제 제도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공제 중 그 효과를 이미 달성한 것을 없애고 단순화하는 것이 세제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금투세 악마화는 무책임한 주장 금투세는 금융상품별로 상이한 세제를 단순하게 통합하기 위한 것으로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종합과세와 DIT를 절충한 결과, 동일한 투자행위에 대해 상이한 세금이 적용되는 등 디테일에 문제도 있다. 이를 부각해 금투세를 악마화하고 대안없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여당의 자세는 아니다. 차분히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감세 기조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흔들고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각종 제도개혁과 함께 전반적인 세제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건전재정은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억제하는 재정준칙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재정운용은 정부의 실력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국가의 역할, 그를 위한 재정 수요에 맞출 수 있는 조세제도 마련은 정부와 국회의 일이다. 이것이 전제돼야 정부가 주장하는 재정준칙 마련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2024년 예산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9%로 재정준칙의 한도인 3%를 초과하는 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재정건전성, 재정준칙을 주장하는 것은 정부의 능력을 의심케 한다. 이제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일을 하자.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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