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린지, 웃고 울며 ‘무대의 중심’이 되다 [D:인터뷰]

뮤지컬 배우 임민지의 또다른 이름은 ‘린지’다. 뮤지컬 캐스팅을 확인해 보면 임민지라는 이름보다는 임민지(린지)거나 린지로 올라가 있다. 지난 2018년 해체한 걸그룹 피에스타의 멤버로서 활동명이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유효함은 6년 만에 뭉친 피에스타로 인해 한번 더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린지는 2013년 ‘하이스쿨 뮤지컬’로 첫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이후 피에스타 활동에 주력하다가 2016년 뮤지컬 ‘페스트’ 무대에 오르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제대로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피에스타 해체 이후 ‘이블데드’ ‘영웅’ ‘셜록홈즈 : 엔더스가의 비밀’ ‘킹 아더’ ‘잭 더리퍼’ ‘광화문 연가’ ‘드라큘라’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팬뿐 아니라, 어쩌다 뮤지컬 공연을 보는 이들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한 작품들이다. 홀로 무대에 오르는 감정은 남달랐다.

“피에스타 시절도 너무 좋았지만, 그때는 4분가량의 노래를 쪼개서 부르니, 사실 제 파트가 얼마 안 됐어요. 그런데 공연장은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면 3300석인데, 거기서 여주인공으로 올라가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해요. 그러기까지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그 에너지를 쏟고 나서, 또 그 후에 오는 관객들의 에너지가 너무 커서 그 맛에 약간 중독되어 계속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돌도 해보고, 매체 출연도 잠깐 해봤지만, 역시 뮤지컬 배우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보통 첫 작품을 많이 기억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뮤지컬 인생에 도약을 시켜주는 작품도 존재한다. 특히 가수나 매체 배우를 하다가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로 옮겨오는 이들이 이러한 흐름을 갖는다. 린지는 ‘시작이 곧 도약’이었다.

“전 ‘하이스큘 뮤지컬’이 시작이고 도약을 시켜준 작품이에요. 데뷔 뮤지컬에서 하드한 캐릭터의 조연을 맡았는데, 제 인생에서 음악 방송과 같은 무대만 있다가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의 사람들을 만나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확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 많아서 행복했죠.”

혹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물어보자 바로 ‘지킬앤하이드’ 루시 역을 언급하며 맡은 최정원 배우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최정원 선배님이 친하기도 하지만 제게는 뮤즈 같은 분인데, 그 이유가 고등학교 때 최정원 선배님이 연기하시던 ‘지킬앤하이드’ 루시를 보고 나서였죠. 당시 최정원 선배님 넘버를 녹음해서 매일 들으면서 다녔어요. 지금 있는 그 위치까지 흔들리지 않는 자기 관리와 활동을 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여요.”

걸그룹 출신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과거 뮤지컬 팬들은 냉정했다. 그러나 핑클 옥주현, SES 바다가 성공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바뀌었다. 적잖은 걸그룹 출신들이 ‘뮤지컬 데뷔’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돌, 특히 걸그룹 출신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린지가 오른 두 작품은 독특하다.

우선 뮤지컬 ‘드라큘라’. 린지는 미나 역을 2020년에 맡았는데,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걸그룹 출신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공연을 본 이들은 후기에 린지가 걸그룹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는 글을 많이 남겼다. 걸그룹 출신에 대해 편견이 있었는데,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당시 제가 오디션으로 뽑혔거든요. 그런데 선입견이 있었으니까요. 공연 초반에는 그런 꼬리표를 계속 달고 살았죠. 그래서 이름을 한번 바꿨던 적도 있어요. 당시에 팀이 해체한 지도 시간이 조금 지났고, 나름 진심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돌 출신이란 이유로 기피하는 게 속상해서 이름을 바꾸기도 했어요. 옥주현 선배나 아이비 선배는 가수 활동할 때 워낙 유명했잖아요. 그런데 업계에서 저를 볼 때는 아이돌 가수로서 티켓 파워가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뮤지컬 배우 출신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진짜 많이 연습했던 것 같아요. ‘드라큘라’ 공연 당시 호평을 받았을 때 뿌듯했죠.”

또하나는 ‘영웅’. 이 작품은 걸그룹 출신들이 대거 거쳐갔다. 박정아, 이해리, 초아는 물론 최근까지도 솔지와 최유정이 무대에 올랐다. 린지 역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두 차례 ‘영웅’ 무대에 올랐다.

“제가 오디션으로 ‘영웅’에 합류했는데, 대표님이 제가 아이돌 출신인 줄 모르셨어요. 당시 ‘영웅’은 아이돌 출신들도 많이 무대에 올랐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대표님이 뮤지컬 배우로만 무대에 올리자고 생각하셨는데, 뽑아놓고 보니 아이돌이 있었던 케이스죠. 사실 너무 행복했어요. ‘영웅’은 제가 두 번 했는데, 뼈를 갈아 넣은 작품이에요. 제가 타고난 소리와 감정선이 있는데, 그에 반대되는 성향의 소리를 내야 하는 넘버들이 있어요. ‘하이스쿨’처럼 팝적이고 가벼운 리듬감 있는 건 저한테 좀 쉬운 편인데, 설희는 횡경막을 넓혀서 소리를 딴딴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대극장에서 울부짖음을 표현하려 울림통을 다 써야 해요. 지금 제 체격에서 최대한의 소리를 내려고 훈련을 진짜 많이 했죠. 시작부터 에너지가 항상 꽉 차 있는 상태여야 하니까요. 또 연기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관객이 공감해주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19년도에 하고 23년에 다시 무대에 올랐는데, 또 새롭더라고요. 노래하는 톤도 그렇고 딕션도 그렇고요.”

린지가 했던 작품의 폭은 넓다. 보통 유럽풍 라이선스 뮤지컬에 한번 빠지면 창작뮤지컬이나 역사물, 주크박스 뮤지컬로 오기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이 ‘나 이것만 할거야’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특정 작품, 특정 캐릭터에서 오는 이미지를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린지의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했다. 뮤지컬에서 좀비 역할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죠. 제가 ‘이블데드’에서 좀비 역할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또 평가가 좋게 나왔지만요. ‘킹 아더’라는 동유럽 작품을 했다가 연출님이 해보라 해서 좀비 역할을 맡았죠. 작품을 할 때 ‘무조건 다 하자’는 아닌데, 초반에는 시켜주는 것에 감사했다. 어쨌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작품 오디션 제안이 저에게는 자그마한 희망을 한 줄기 준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노력도 많이 했고요. ‘영웅’ ‘드라큘라’ 등 거의 대부분 오디션으로 들어갔고, 진짜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죠. 요즘도 가끔 오디션 사이트에 들어가 뭐 있나 보기도 해요.”

현재 린지가 무대에 오르고 있는 ‘더쇼 신라하다’는 독특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원캐스팅으로 채린-승만공주 역을 맡았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한 작품을 원캐스트로 끌고 가기란 쉽지 않은데, 맡게 됐다.

“올해 캐스팅 제안 들어왔을 때 한 일주일 고민했죠. 연출님이 ‘린지야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연락이 와서 ‘제가 아프면 어떡해요?’라고 했더니 ‘아프면 공연 접어야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작년에 제가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승만 공주에요. 그런데 너무 잘되어서 이번에 앙코르 공연을 하게 된 것이고요. 특히 경주 맘카페에 소문이 너무 잘 났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하게 된 후 아마 내년에도 또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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