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발견에 기여”… AI 잠재력 일깨워준 2024 노벨상

올해 노벨상 과학 부문은 AI(인공지능)가 휩쓸었다. 노벨물리학상은 컴퓨터가 인간 뇌처럼 학습할 수 있도록 인공신경망을 개발한 AI 선구자들에게 수여됐으며, 노벨화학상 역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도구를 개발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은 과학 분야에서 AI 연구의 혁신을 인정한 결과이지만, 그동안 기초과학에 초점이 맞춰졌던 노벨상을 AI 연구자들이 휩쓴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허사비스 CEO는 노벨화학상 수상 직후 구글 딥마인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파폴드가 AI가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첫 번째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설립한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개발해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전을 펼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딥마인드의 목표는 인간 뇌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인공 일반 지능을 만드는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고 특정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개발된 것이 바로 알파폴드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아미노산 20종이 복잡한 사슬로 연결된 접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3차원 구조는 단백질 기능의 비밀을 품고 있어 약물 개발과 질병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알파폴드는 연구자들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혁명적 도구로 불린다. 알파폴드는 2018년 2년마다 열리는 ‘단백질 구조 예측의 비판적 평가(Critical Assessment of Protein Structure Prediction·CASP)’ 대회에서 우승하며 그 성능을 인정받았다.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점퍼 연구원이 연구에 합류한 뒤 AI 모델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알파폴드2’ 개발을 주도했다. 알파폴드2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훈련받은 결과 지금까지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으며, 단백질을 구성하는 분자 단위인 아미노산을 이용해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50년 된 문제를 해결했다. 알파폴드2는 지금까지 190개국에서 200만 명 넘는 사람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분자를 모델링할 수 있는 ‘알파폴드3’를 공개했다. 베이커 교수 또한 로제타(Rosetta)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고, 알파폴드에서 영감을 받아 AI ‘로제타폴드’를 개발한 바 있다. 알파폴드는 의학, 생명공학, 유전체학 연구에 매우 유용한 ‘게임 체인저’로 불리지만, 이를 통한 연구는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한다. 단백질 구조를 매핑하고 조정하는 실험 연구와 기타 접근 방식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생물학 연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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