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2.0%로 추정되면서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구조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저출생 여파로 일할 인구가 줄면서 최근 5년간 0.4%포인트(p) 떨어졌고,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우리의 15배 이상인 미국에 역전 당한 것으로 나타나 신산업을 뒷받침할 규제 혁파가 시급한 상황이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다. 2020∼2021년 2.4%에서 2022년 2.3%로 하락했고, 지난해 2.0%로 떨어진 뒤 올해도 2.0%로 유지되면서 반전의 모멘텀이 실종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을 경우에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국민 총생산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면 잠재성장율이 낮다.
한국을 앞지른 미국의 사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미국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로 소폭 상승한 뒤 지난해 2.1%로 올라섰다. 한국을 첫 추월한 것을 넘어 올해도 2.1%로 추정돼 우리 보다 높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 0.7%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우리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노동력 측면에서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한 반면 외국인 유입이 활발한 미국은 노동 활력성이 높은 게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산업구조 개편이 꿈 뜨고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취약한 데 비해 미국은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편 효과가 잠재성장률 역전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혁신에 앞장서 온 다른 선진국들도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추이다. 독일은 2020년 0.7%에서 올해 0.8%로 소폭 상승했고, 영국은 2020년 0.9%에서 지난해 1.2%, 올해 1.1% 수준으로 올랐다. 다만, 우리에 비해 앞서 고령화가 가속화한 일본의 경우 2020년 0.6%에서 2021년 0.7%로 소폭 상승했다가 이후 해마다 고꾸라지더니 올해 0.3%로 추산됐다. 일할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면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아직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2위 수준이라는 데 위안을 삼기에는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렵고,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재정은 2년째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혁신 이외의 해법은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인구감소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외국 인력을 적극 수용하고 교육 개혁으로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외 개방과 규제 완화 같은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혁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등 3개 축과 하위 10개 세부 과제로 구성된 ‘역동경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구체적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과 정년 이후 계속고용 로드맵,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교육 시스템 혁신 등의 과제를 추진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조동근 명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미국 보다 뒤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며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제의 속도 조절 같은 정책과 함께 수출기업을 닦달하는 대신 규제 혁신으로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