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대출 억제를 위해 실시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용 개별 주담대 총액은 3조 8743억 원이다. 이는 일평균 2279억 원 규모로, 추석 연휴 3일을 뺀 지난달 일평균 취급액인 3854억 원 보다 41% 정도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주담대 일평균(추석 연휴 제외) 신규 취급액은 지난 8월(3611억 원)보다 많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은행권은 신규 주담대 규모와 관련 집 구매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추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만큼, 지난달까지만 해도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영끌 진정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달과 연휴를 고려한 지난달 일평균 취급액 차이가 41%로 나타나면서 확실히 증가세가 꺾였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줄자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현저하게 더뎌졌다.
지난 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31조 6892억 원으로 지난달 말(730조 9671억 원)보다 7221억 원 늘었다. 아직 지난달 전체 증가 폭(5조 6029억 원)의 약 13%, 2020년 11월(9조 4195억 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 폭(9조 6259억 원)의 약 8%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속도라면 오는 31일까지 한 달 전체 증가 폭이 1조 30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배경으로 아파트 거래 감소,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고금리 등을 꼽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대전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7월 1450건, 8월 1445건, 9월 1231건으로 감소 추세다. 이는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7월 8986건, 8월 6279건, 9월 2724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역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보통 주택 구매 1-2개월 후 치르는 잔금일에 이뤄지는 만큼 8월부터 줄어든 주택 거래량이 이달 신규 주담대 급감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된다"며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제한, 정부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시행 등으로 최대 대출 가능 금액 자체가 상당 폭 깎인 것도 요소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또 기준금리는 인하된 반면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아진 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함께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재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의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달 1만 2000세대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입주가 시작되는 만큼 가계대출은 향후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온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입주 세대가 1만 2000가구에 이르는 만큼 은행권은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중"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대출금리도 낮아진다면 가계대출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