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완전한 승리’의 덫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늘은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주민인 모하메드도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모하메드의 의견이 일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인 1200여명을 학살하고 수백명을 인질로 끌고 간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 설계자다. 이스라엘 사살 목표 1순위였던 그의 죽음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 세계가 기대했다.

희망은 빠르게 식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의 죽음을 알리는 연설에서 “우리의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끝을 향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즐겨 쓰는 용어인 ‘완전한 승리’를 위해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죽음 후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네타냐후는 그가 강조하는 ‘완전한 승리’에 대해 “모든 인질을 구출하고, 하마스가 다시는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없도록 완전히 궤멸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인질 구출은 이미 실패했다. 전쟁 도중 상당수 인질이 사망했고, 하마스 지도부 붕괴로 남은 인질의 생사는 더 불투명해졌다.

하마스 궤멸 또한 네타냐후 뜻대로 되긴 어려울 것이다. 하마스는 무장조직이지만 동시에 ‘이념’이다. 당장은 하마스를 붕괴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이스라엘의 주적이 과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하마스로 바뀐 것처럼, 훗날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새 무장조직이 태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중동 지역에서는 죽기 직전 이스라엘군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며 저항한 신와르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을 시작하긴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그랬고,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이스라엘이 ‘완전한 승리’의 덫에 빠져 전쟁을 끝내야 할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지만, 단기적 승리에 도취된 이스라엘은 오늘도 그럴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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