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레켐비’가 오는 12월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약값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켐비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내놓은 알츠하이머 초기 치료제로,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 승인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연간 약값이 3000만원 내외로 형성돼 있는데, 이 정도 비용을 들여 경증치매를 치료할 수요가 어느 정도 형성될 지 주목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레켐비는 올해 1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레켐비는 12개월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약 3500만원에, 일본은 약 2700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은 보험적용이 안된 비급여 기준 가격이고, 일본은 허가되는 동시에 건강 보험 급여가 산정돼 공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내 가격은 아직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기 전이기 때문에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일본 가격과 큰 차이가 없도록 추진 중이라는 게 한국에자이 측의 입장이다. 가격을 놓고 한국에자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가격과 비슷한 범위 내에 책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현재 최대한 빨리 (보험)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채 비급여로 출시되면 레켐비의 판매 가격은 의료기관마다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 레켐비는 환자의 몸무게에 따라 약재 투여량이 달라 실질적인 가격은 환자마다 다르게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자이에 따르면 레켐비는 환자 몸무게 1㎏당 10㎎을 2주마다 1회 정맥 투여하는 것이 권장 용량이다. 이에 따라 몸무게가 50㎏ 나가는 환자의 경우 500㎎ 투여하게 된다.
이 가운데 학계에서는 비용 부담을 고려해 환자 본인 부담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형태로 조정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조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약물 개발 시 월 60만원까지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41.2%, 120만원은 15%, 300만원은 5.3%였다. 가격이 상관없다는 답변은 7%였다. 3000만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될 경우 10명 중 1명 정도가 비용을 들이는 데 엄두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홍콩, 이스라엘, 일본, 아랍에미리트에서 승인됐고, 현재 환자 처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편 레켐비는 2주 1회 정맥 투여하는 주사제로, 알츠하이머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27% 지연시키는 신약으로 알려졌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진 뇌 아밀로이드 침착물을 감소시켜 인지기능 소실 등 질병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임상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레켐비를 3년 동안 투여받고 임상치매척도(CDR-SB)가 0.95점 감소하는 등 인지 저하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됐다"며 “빠르게 보험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