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NE1 멤버 씨엘(33·본명 이채린) 아버지인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근황이 화제다. 혈당 조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다.
20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이 교수와 아르메니아공화국 출신 지라이르 연구원은 최근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CCD 카메라로 쥐를 이용한 비채혈 혈당 측정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혈당 측정 방법에 호기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혈당 측정 장치는 채혈해야 하므로 환자 고통이 따라오고 위생적이지 않은 등 개선사항이 적지 않았다. 레이저·초음파·삼투압·마이크로파·밀리미터파 등 다양한 비채혈 혈당 측정 방법이 그간 제안됐지만, 정확도나 재현성 등 다른 부문에서 여러 한계가 있었다.
CCD 카메라는 전하 결합 소자(CCD)를 이용해 영상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카메라다. 현재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미지 센서로,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 이 교수팀은 2016년 CCD 카메라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이미징 장치를 개발했다.
그 뒤 연구를 계속해 혈당 농도를 이미지로 직접 측정하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정확도(MARD) 7.05%의 측정 신뢰도를 얻었다. MARD는 낮을수록 정확도가 높다. 10% 이내면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서강대 측은 “이번 실험을 통해 채혈하지 않고 이미지로 혈당 농도를 측정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 세계적인 학술지 ‘IEEE Access’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2021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비채혈 혈당 측정 연구를 설명하기도 했다. 방송인 유재석은 “교수님의 당뇨 연구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는데"라고 이 교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20년 전 알프스 학회에 갔는데 굉장히 나이 드신 분이 피를 뽑으며 고통스러워했다"라며 비채혈 혈당 측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포도의 당분 측정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과일의 당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인간의 혈당을 측정하는데 접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교수팀은 물에 잘 흡수가 되는 전파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비채혈 혈당 측정에 도전했다.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혈당 측정 방법은 아직 상용화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중국 H사(화웨이)에서 ‘이 연구를 해 봐라. 돈을 마음대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라며 “연구비가 다 떨어진 상태였는데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백지수표’를 거절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선 “이 기술이 중국으로 간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 지원을 받고 연구해왔다. 근데 날아가는 것이다.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과학자로서 양심에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교수의 연구는 연구비가 부족해 멈춰진 상태라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한 후속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 후속 과제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연구가 중단됐다고 한다.
이 교수와 씨엘은 2015년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홍보대사로 나란히 위촉되는 등 과학문화 대중화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씨엘은 2021년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서 “나보다 더 대단한 아빠"라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