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기 후기까지 검룡류 활동 시기 연장될 수도
검룡류가 걸어간 발자국인 보행렬도 있었다. 보행렬은 13개의 발자국으로 구성됐다. 조사팀이 이를 검룡류의 발자국으로 판단한 이유는 전형적인 검룡류 발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를 이끈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검룡류는 사족 보행을 했다”면서 “앞발은 뒷발의 절반보다 크기가 작으며 뒷발은 발가락이 3개이고 앞발은 발가락이 5개”라며 “또 앞발은 역삼각형, 뒷발은 반달 모양을 띤다”고 설명했다. 청곡리에서 발견된 검룡류 추정 발자국은 이 같은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발가락 개수, 발톱 모양을 잘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청곡리에서 나온 발자국의 윤곽이 뚜렷했다”면서 “발바닥에서 피부 인상까지 보일 만큼 보존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피부 인상은 공룡이 걸어갈 때 남긴 공룡 발바닥 지문으로 특수한 때에만 형성돼 희소성이 높다.
다만 이번 발견이 국내 최초의 검룡류 화석 발견으로 인정받으려면 3개월에서 1년 뒤 논문으로 출판되고 학계의 검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 국내 많은 발자국 화석, 공룡 생활상 보여줘
한국은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다. 1982년 경남 고성군에서 대규모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며 본격적인 국내 공룡 연구가 시작됐다. 특히 남해안 일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자국 화석 산지로 유네스코 자연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라 있다.
한국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남해안 지역이 퇴적 속도가 느리고 수심이 얕은 호수의 가장자리였기 때문이다. 뼈 화석은 주로 과거 강이었던 지역에서 발견된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강물에 휩쓸린 공룡이 퇴적되며 화석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발자국 화석은 건기 때 호수에 물을 마시러 온 공룡이 남긴 발자국이 천천히 햇빛에 의해 건조되고 단단해진 다음 우기 때 그 위를 다른 퇴적물이 덮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박 연구원은 “청곡리에서 발견된 발자국을 통해 검룡류는 평소 내륙에 살다가 건기 때 먹을 식물이 부족해지면서 호수로 잠시 내려왔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자국 화석은 공룡의 행동 양식을 알 수 있는 좋은 증거다.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발자국 화석을 분석하면 공룡이 살아 있을 때 뛰었는지, 걸었는지, 싸웠는지, 무리를 지어 살았는지 등 행동 양식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자국의 길이를 알면 발끝부터 골반까지의 높이를, 양쪽 발 사이의 거리인 ‘보폭’을 알면 보행 속도를 유추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한국에서 백악기 생물의 발자국 화석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단일 면적당 공룡 발자국 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남해에서는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되는 등 희귀 화석도 많다”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면 한국의 고생물학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