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편의점 도시락이 대충 한 끼 때우기 위한 용도에 그쳤다면 지금은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을 만큼 종류가 다양해지고, 양과 품질 모두 상향 평준화됐다. 편의점마다 스테디셀러 도시락이 생기는 등 도시락은 편의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럴수록 편의점 간 도시락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유명 셰프 또는 유명 외식 사업가, 유명 배우와의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시락을 선보인다. 팽팽한 편의점 도시락 경쟁에서 전문가들이 손을 들어준 도시락은 무엇일까. 국민일보 컨슈머리포트가 다수의 전문가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을 평가해봤다.
편의점 도시락 평가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레스토랑 ‘담’에서 진행했다. 평가에는 정식당 김영준 총괄셰프, ENA Suite 호텔 안용준 셰프, 윤희정 우송정보대 마스터셰프과 교수, 창업메뉴 전문가 전현진 한국폴리텍대 외식조리과 교수, 외식경영컨설팅 전문가 한국폴리텍대학 안용기 교수가 함께했다.
평가단은 밥·반찬의 맛, 내용물의 담음새, 내용물의 조화 및 구성 등 4개 항목에 가장 먼저 점수를 매겼다. 항목별 평가 점수를 두루 반영해 1차 평가 점수를 냈다. 이후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평가했다. 이후 가격을 공개한 뒤 가성비까지 반영해 최종평가를 내렸다.
2위는 GS25의 ‘혜자로운 7첩반상 도시락’이었다. 혜자도시락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도시락은 밥맛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내용물의 담음새에서는 1위를, 내용물의 구성 및 조화 면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혜자도시락에 최고점을 준 안용준 셰프는 “단백질 함량이 상당히 높고 나트륨은 낮다”며 “반찬 가짓수도 다양하고 흑미밥이어서 구수한 맛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김영준 셰프는 “도시락 구성도 괜찮았고 김치 등 국내산 위주로 많이 쓴 부분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안용기 교수는 이마트 24의 떡갈비 한정식 도시락의 구성도 좋지만 반찬 가짓수와 구성면에서 혜자 도시락이 더 앞선다고 평가했다. 안용기 교수는 “전체적인 맛이나 구성, 밥의 익힘 정도까지 무난했다”고 평했다.
세븐일레븐의 ‘맛장우 전주식 비빔밥’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3위에 올랐다. 비빔밥에 최고점을 준 김영준 셰프는 “나물 양이 밥과 비등할 정도로 많았고 나물 구성 역시 나쁘지 않았다”며 “양념장의 단맛만 좀 더 수정된다면 더 좋은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 셰프도 “단맛이 강한 것은 수정돼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비빔밥을 개인적으로 안 좋아해서 기내식으로 나와도 잘 안 먹는데 이 정도 맛이면 한 번쯤 사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거센 혹평도 이어졌다. 안용준 셰프는 “한돈이라고 표기돼있지만 한돈이 맞는지 의심이 갈 만큼 뻑뻑하다. 뜨겁게 달궜을 때도 맛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라며 “곁들여진 볶음김치도 물에 빤 것처럼 심심하고 호감 가지 않는 맛”이라고 지적했다. 또 “밥 양에 비해 고기가 지나치게 많아 ‘압도적’이라는 콘셉트에 치우쳐 내용물 구성의 균형감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