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김동률, 세월의 흐름까지 노래한 ‘그땐 그랬지’[리뷰]

30년 가까이 사람들에게 와닿았던 ‘이적의 노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적 단독 콘서트가 2년 만에 열렸다. 17~20일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4회차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데뷔했던 1995년 패닉 1집 ‘왼손잡이’부터 지난달 발매한 신곡 ‘술이 싫다’까지, 떼창을 유도하는 떠들썩함과 객석을 촉촉이 적시는 진한 감성이 공존하는 이적만의 색깔을 담아냈다.

지난 19일 관람한 3회차 공연에선 관객을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1부 무대 구성이 눈에 띄었다. 첫 곡 ‘웨일 송’(고래의 노래)을 시작으로 ‘반대편’ ‘숨’ ‘민들레, 민들레’ ‘물’ 등 2020년에 낸 솔로 6집 ‘트레이스’ 수록곡 위주로 선보이면서 사이사이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빨래’ 등 반가운 히트곡도 배치했다. 이적은 특히 첫 곡에 대해 “고래의 울음 소리는 몇십km 떨어져 있어도 물을 통해 다른 고래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제 노래도 몇십, 몇백km 넘어 여러분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만든 노래”라고 했다.

공연에선 싱어송라이터인 그가 직접 지은 노래의 매력에 더해, 특유의 안정적인 저음과 뻗어나가는 고음으로 무장한 단단한 음색과 가창력이 빛났다. 기타·베이스·키보드 등 밴드와 현악 사중주, 브라스, 코러스 등이 어우러져 더 풍성하게 들렸다. 1부에선 전광판이나 미디어아트 등 효과를 되도록 덜어내기로 한 듯, 주로 박자·리듬에 맞춘 색색 조명만으로 볼거리를 만들었다.

초대 손님으로 온 가수 김동률의 등장은 객석이 뒤집힐 듯 큰 환호를 끌어냈다. 이적과 김동률이 1997년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로 낸 ‘그땐 그랬지’의 첫 소절과 함께다. 두 사람은 음반 한 장만 내고 짧게 활동했지만, 아직도 발표곡들은 명곡으로 회자한다. 이날은 ‘벗’ ‘거위의 꿈’까지 세 곡을 듀엣으로 소화했다. 당시 23살(1974년생)이던 동갑내기가 이제 50살이 돼 함께 부르는 노래에는 세월의 흐름까지 켜켜이 쌓여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다.

둘의 합동 무대는 2009년 ‘카니발 콘서트’ 이후 15년 만이다. 이적이 “옛날보다 (노래의 합이) 잘 맞는 거 같지 않느냐”고 말하자 김동률은 “둘 다 노래가 좀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동률은 또 “이적 씨는 높은 파트를 맡아 카니발 노래를 혼자서도 부를 수 있지만 저는 정말 오랜만이다. 제겐 한 곡 한 곡 소중하다”고도 했다. 이적은 “다음 무대는 9년 뒤에 하지는 말자, 그보다는 일찍 하자”며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하늘을 달리다’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알아서 기립해 떼창했다. 관객들은 공연 앙코르까지 선 채로 자리를 지키며 곡 ‘압구정 날라리’ ‘왼손잡이’에도 열광으로 답했다. 이적은 “이날 밤을 잊지 말기로 하자”며 “길 가다 저를 만난다면 이날의 관객이었다고 말해달라.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드리겠다”고 며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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