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천안, 아산에 화학재난 대응기구가 필요하다

리튬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자가 방전 빈도가 낮다. 타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수명이 길며, 충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 이 제품을 생산하는 화성시 아리셀 제조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사망자 23명, 부상자 8명의 대형참사로 기록되었다.

물론 정부는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리튬전지’에 대한 다양한 안전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하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했던 리튬전지를 ‘위험물’이나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공장에 대해서도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 관리한다. 또한 리튬전지 화재 진압에 적합한 소화약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 1월에도 화성시 소재 화학약품 보관창고에서 화재가 발생, 다량의 화학물질이 유출되어 평택에 있는 관리천까지 오염되었고, 그 기간 25만 여 톤의 오염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화학물질을 다루는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불은 물로 끈다’라는 일반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화학물질 화재도 허다하다. 앞에서 언급한 리튬 화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화학사고 시 초기대응을 신속히 하지 못하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는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전국에 7개의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환경팀, 119 화학구조팀, 산업안전팀, 가스안전팀, 지방자치단체팀 등 5개 팀으로 구성되며, 화학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무인 방수 파괴차, 고성능 화학차, 환경 분석 차량 등 다양한 예방과 대응 장비를 갖췄다.

그렇다면 천안과 아산시민은 화학물질 재난으로부터 안전할까? 사실 필자는 반복적으로 강력하게 천안·아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설치를 주장한 바 있다.

첫째, 이 곳이 화학물질 배출량이 많다는 점이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천안시는 연간 3785톤의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화성시에 이어 전국 2위의 규모이다. 아산시는 1401톤의 화학물질을 배출하여 전국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충남만 놓고 살펴보더라도 도내 유해 화학물질 취급업소는 모두 1천47곳인데, 이 가운데 333곳은 천안에, 161곳은 아산에 집중되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화학물질 취급업소가 대부분 천안과 아산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밀접해 있다는 점이다.

둘째, 화학사고 발생이 잦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천안의 화학사고는 3건, 아산시는 1건으로 같은 기간 평택(1건), 안성(1건), 화성(4)과 비슷하다. 2017년부터 천안과 아산에 발생한 화학사고는 13건에 이른다.

셋째, 화학재난 발생시 가장 가까운 전담기구의 출동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점이다. 천안시는 금강유역환경청(대전 유성구)에서, 아산시는 서산에 있는 합동방재센터에서 관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 사고나 응급 의료 등의 상황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 시간 내에 구조 활동이 이루어져야 인적, 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넷째, KTX천안아산역 인근 R&D 집적지구를 활용하면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화학물질의 취급업체 규모, 발생량, 화학사고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천안·아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성환 국가산단 등 향후 이 지역을 세계 최대의 반도체밸리로 조성할 계획이 있다면 방재센터의 수요는 앞으로도 더 폭증하게 될 것이다.

옛 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격언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이다. 천안·아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설치는 지금이 적기이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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