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겁쟁이? 이스라엘 vs 하마스, ‘사망’ 신와르 놓고 여론전

먼지와 잔해로 뒤덮인 심하게 파손된 건물 안, 노출된 전선 사이로 가구가 흩어져 있는데 그사이에 얼굴을 천으로 가린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다. 팔을 다친 듯한 남자는 감시 드론을 등지고 앉아 있다가 근처에 있던 나무 막대기를 드론을 향해 던진다. 하지만 드론을 떨어뜨리는 데 실패한 이 남자. 곧 건물로 다가온 탱크가 발포한 미사일에 맞아 사망한다. 이 남자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공습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

이스라엘이 공개한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에 가자지구 주민은 물론 아랍권에서 신와르를 영웅시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신와르는 가자지구 땅속에 길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파놓은 땅굴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쪽에서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죽었다. 이에 이스라엘의 포격에 거리나 잔해 속에서 자던 가자지구 주민들마저 신와르를 비웃던 과거와 달리 신와르를 순교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후 신와르에 반기를 들고, 신와르를 비웃던 가자지구 주민들의 입장이 바뀌었다”며 “신와르는 살아있을 때보다 사망 후에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신와르의 지지율은 사후에 오히려 올라갔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자지구 주민 중 신와르를 지지한 이들은 29%에 불과했다. 신와르가 계획한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가 전쟁터로 변했고, 주민들은 집을 잃거나 피난길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가자지구 주민들과 아랍권에선 신와르를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에 저항한 인물로 묘사한다. 독립 팔레스타인 정치인이자 팔레스타인 민족 이니셔티브 대표인 무스타파 바르쿠티는 CNN에 “신와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장했듯이 땅굴에 숨어있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뒤에 숨어 인간 방패로 삼지 않았으며 싸우고 있었다”며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 이스라엘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이 겪고 있는 억압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웅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반응에 수습 대책을 내놓았다. 신와르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습을 앞두고 생수와 침구 등을 챙겨 땅굴 안으로 피신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신와르의 부인이 피신하는 순간에도 수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신와르는 편안한 삶을 살았고 국민보다 자신을 우선시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스라엘군의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차이 아드라이는 엑스(X·옛 트위터)에 “신와르의 은신처에서 막대한 돈, 식량, 물을 발견했다”며 “신와르는 가족과 함께 호화로운 땅굴에 숨어 있었고,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신와르의 잔혹함 때문에 혹독한 밖에 있었다”고 썼다.

하지만 CNN은 “이스라엘이 신와르의 마지막 영상을 공개하기로 한 결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 듯하다”며 “이스라엘은 적들에게 ‘어디에 숨든 이스라엘군이 잡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려고 했으나, 이 영상은 신와르가 순교자이자 저항군으로 죽은 것을 기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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