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명인들의 공개 지지 선언이 대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상황이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유명인이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은 미국의 오랜 전통처럼 자리 잡은 문화다. 과거 1920년에는 영화배우 메리 릭포드와 알 존슨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워런 G. 하딩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1979년 유명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스위프트와 머스크가 각각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지난달 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이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었다. 스위프트가 인스타그램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린 후 하루 만에 약 34만 명이 Vote.gov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Vote.gov는 미국 연방기관인 일반 서비스 관리국(GSA)이 운영하는 정부 웹사이트다.
영국 BBC방송은 “유명인의 대선 후보 지지는 유료 광고와 달리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느낌을 준다”라고 평가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은 유권자 등록에 있어 유명인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 유명인의 ‘진정성’이 사람들이 투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슐리 스필레인 하버드 케네디 스쿨 연구 저자는 “유명인은 정보 부족, 신뢰 부족, 동기 부여 부족과 같은 유권자 무관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유권자일수록 유명인의 지지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위프트의 지지는 35세 미만의 미국인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그룹의 약 30%는 스위프트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미셸 램지 교수는 “젊은 유권자들은 많은 기관을 신뢰하지 않고, 많은 전통적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그들은 우상화하는 사람들을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유명인의 지지 선언이 실제 투표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2007년 오프라 윈프리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지가 가장 유명하다. NYT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윈프리가 추천한 책의 판매 부수, 잡지 구독 수 등을 영향력으로 간접 측정한 결과, 윈프리의 지지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0만 표를 더 얻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다만 유명인 지지가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는 결과 발표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명인의 정치인 지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그것이 중요하다는 증거는 엇갈린다”면서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전했다. BBC도 “유명인과 그의 팬덤이 실제 선거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11월 선거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유명인의 지지 선언이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마이클 플랫 와튼 경영대학원 신경과학 및 심리학 교수는 “유명인들은 모든 관심을 빨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비욘세와 제이지, 조지 클루니 등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당선되지 못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BBC는 퀴니피액 대학 여론 조사를 인용해 스위프트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응답자의 9%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더 열광하게 됐지만, 13%는 오히려 덜 열광적으로 됐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머스크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발표로 13%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관심이 생겼지만, 21%는 관심이 줄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