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中디플레, 불치병은 아니다

중국의 경제난은 치유 가능하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이가 있다면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금의 병세를 방치한다면 저성장과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못 이겨 불치가 될 수 있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믿지만, 모든 일이 믿음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의 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단지 중증일 뿐이다.

부동산버블·부채 용인했던 중국 정부

치료에 앞서 증상을 보고 진단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 중국 정부는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임시방편적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병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1980~1990년대 일본에 나타난 증상을 중국은 최근 20년 동안 겪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장기 불황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

중국은 최근 통화 완화 정책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예측 가능한 결정이었고, 일본이 취했어야 할 조치였다. 일본의 30년 제로 금리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59%에 달하는 순공공부채의 배경이다. 이는 과소 소비, 즉 구조적인 수요 부족에서 기인한 결과였고, 지금 중국의 상황이기도 하다. 부족한 총수요는 내수 촉진을 요한다. 심각한 부동산 버블은 과소 소비 경제의 특징이다. 그리고 버블 붕괴는 정부의 절박하고도 긴급한 개입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과소소비·과다저축에 디플레 고착화

2000~2024년 중국의 GDP 대비 총저축은 평균 45%였고, 일본은 28%였다. 미국은 18%에 불과했다. 활발한 투자 속에서 높은 저축률은 초고속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일본이 그랬듯 중국 역시 높은 저축률 덕에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놀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장기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 고수익성 투자는 반드시 감소한다. 투자가 감소하면 수요도 약해진다. 바로 강점이 약점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일본과 중국은 투자 확대와 경상 수지 흑자로 난관을 타개하려 했지만, 각각 1980년대와 2010년대에 미국 등 외부 저항에 직면했다. 일본은 1980년대, 중국은 2010년대에 금융완화정책을 실시했고, 가계신용의 확대와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이어졌다. 가계 신용이 주도하는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내수를 견인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 시장 연구 책임자가 최근 발표한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 보고서는 “20112021년 건설 부문이 중국 GDP의 2327%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저축의 절반가량을 부동산이 흡수한 셈이다.

부동산 버블을 초과 저축 대책 삼아 방치한다면, 버블 붕괴 후 남는 건 오직 하락한 자산 가치와 부실채권, 금융 손상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이다. 버블 붕괴 여파는 최악의 경우 투자 심리를 위축하고 과잉 저축을 더욱 유도해 사람들의 지갑을 꾹 닫게 만든다. 이 경우 정부가 강력한 정책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장기 불황이 따라온다.

총수요 회복돼야 中경제 근원적 회복

따라서 불황 방지를 위한 일시적 내수 진작과 (중국의 경우 지방 정부 등의) 부채 대응, 장기적인 수요원 마련이라는 세 가지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다. 중국 정부에 내수 진작과 부채 대응은 정부 예산에서 중앙 재정 적자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겠지만 (원하지 않아도)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수요 부족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중국은 잘못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

고육지책 투자·생산 몰두하는 中당국

앞서 언급한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 보고서의 저자 페이민신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칼리지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고품질의 생산력’이 장기적 대책이라 여긴다. 물론 기술 개선은 초고속 성장의 선결조건이다. 실질 GDP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중국은 추격국가로서 선진국 대비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력의 질적 개선이 예상되고 농촌의 잉여 노동력도 풍부하다. 정년 역시 연장될 수 있다.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최근 규제는 철회 여지가 있다. 모든 요인을 고려했을 때 적합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중국의 공급 잠재력은 양호할 것이다.

문제는 약한 수요다. 잠재 성장률이 최대 5%인 중국은 이제 GDP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총저축을 생산적 투자에 투입할 수 없다. 투자와 가계신용 확대로 이뤄진 성장은 이미 무너졌다. 지난 10년간의 막대한 부동산 투자 비중을 신생 제조업 투자로 메우기에 중국 경제 규모는 너무 거대하다. 라이트의 분석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한다.

국민 소비 증진시킬 부양책 고민해야

부동산 버블은 과잉 저축의 경제가 시도한 마지막 고육지책인 셈이었다. 이에 따른 결과는 만성적으로 위축된 수요다. 중국 가계 소비는 GDP의 61%에 불과하다. 중국 내수는 잠재 공급량을 감당하기에는 위축됐다. 밀어내기 수출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총저축을 투자 재원으로 투입한다면 막대한 인프라 낭비와 부실채권만 남는다.

중국의 과제는 내수 증진이다. 동시에 정부가 풀 난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투자와 생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소비와 소득 재분배에 회의적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소비는 생산의 유일한 목표이자 목적"이라던 애덤 스미스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 칼럼 ‘China’s economic ills are serious but not incurable’를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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