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다뤄져야 할 굵직한 게임 이슈들이 몇몇 있었다. 게임물 사전심의 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 등이다. 게임물 사전 심의 제도와 관련해선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청구인이 몰렸다. 게임업계 최대의 관심사인 셈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이슈는 게임업체들이 수년째 긴장하며 지켜보는 내용이다. 도입 유무에 따라 관련 산업 분야에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감에 참석해 게임 관련 의제를 다룰 예정이었던 참고인들은 잇따라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G식백과’를 운영 중인 김성회씨와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를 참고인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김씨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을 판정하기 위한 사전심의가 과도하다며 헌법소원을 낸 인물이다. 김씨는 종합국감 날인 24일로 출석 일정이 변경됐고, 이 교수는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교수의 사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김씨의 출석이 밀려난 것은, 문체위가 다루는 여러가지 이슈들 중에서 게임이 후순위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종합감사는 올해 국감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열띈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하이브 내 따돌림 피해를 호소하며 관심을 모았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17일 문체위 국감에서 게임 관련 논의가 조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과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의원들의 질의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 ‘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앞으로 면밀한 계획을 세우겠다’ 등의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 차라리 김씨나 이 교수가 참석했더라면 게임 이용자들이나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다채로운 논의가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태영 웹젠 대표가 21일 정무위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차례 증인채택이 철회됐다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반발하자 철회가 취소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데 소관 위원회인 문체위에서 다뤄지지 못했다. 김 대표는 정무위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업계 이슈 자체보다는 웹젠의 확률형 아이템 표기 오류 논란에 대해서만 질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지난 8일 출석해 질병코드 도입 이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날 국감에서 게임 질병코드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국감은 국회가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헌법이 부여한 대표적인 기능이자, 국회의원이 국정에 대해 감시·비판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기도 하다. 국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들도 자신들이 궁금한 사안에 대해 국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은 K-콘텐츠 수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산업이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콘텐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작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를 19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규모가 큰 산업의 중차대한 이슈들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종합감사에서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