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밟으면 냄새” 불편 호소
- 타지 적극 암수 교체와 대조
- 부산시 늑장 처리·수거 도마
은행열매가 매년 가을철 지독하고 고약한 악취로 도심을 ‘지뢰밭’으로 만들어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지만 부산시와 지자체의 대응은 뒷짐을 쥔 마냥 느긋해 비판이 인다. 특히 부산시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는 작업을 3년 전부터 시작하면서 이미 교체를 완료한 대전시 등과 대조를 보인다. 게다가 서울시는 민원이 접수되면 24시간 이내 은행열매를 치우는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부산지역 지자체는 진동수확기로 열매를 털어 수거하는 것 외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은행열매 처리 사업을 시내 전역에서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대상으로 수거망 90개를 설치하고, 진동수확기를 이용해 열매를 털어낸 후 수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나무는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해 전국에서 가로수로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분변 냄새보다 더할 정도인 열매의 지독한 악취는 가을철 시민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은행열매를 제대로 밟은 신발은 세탁을 해도 악취를 제거할 수가 없는가 하면 열매가 떨어져 지뢰밭이 된 바닥을 피해 도로까지 내려와 걷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
직장인 윤모(50대) 씨는 “은행열매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을마다 극에 달한다. 집에 들어가거나 출근할 때 혹시 은행열매를 밟았을까봐 신발 밑창을 살펴봐야 할 지경”이라며 “매년 은행열매로 시민 불편이 예견된 상황인데도 지자체는 왜 대처를 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시의 은행열매 처리 대책은 타 지역과 비교할 때 늑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시는 2021년 암수교체 사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해 ▷2021년 87그루 ▷2022년 322그루 ▷2023년 46그루의 암나무를 수나무로 대체했다. 올해 교체 예정인 나무는 140그루다. 부산지역 전체 은행나무 3만4237그루 중 암나무는 9726그루(28%)다. 반면 대전시는 2016년부터 적극적인 암수교체 사업을 추진, ▷2021년 1607그루 ▷2022년 918그루 ▷2023년 739그루에 사업을 진행했고, 올해에는 1030그루의 암나무를 교체할 예정이다. 특히 대전 중구와 동구는 각각 2021년과 올해 구내 모든 은행나무를 수나무로 바꿨다. 16개 구·군 중 어디도 암수교체 사업이 완료된 곳이 없는 부산시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민원 대응 속도도 부산은 더디다. 은행 열매 수거는 지자체 업무로, 거리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이 담당한다. 반면 서울시는 2012년 각 구에 ‘은행열매 수거 즉시 처리 서비스’ 도입을 강제해 12년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시의 콜센터나 자치구에 전화를 걸어 은행열매 민원을 접수하면 채취 가동반이 24시간 내 수거 업무를 끝낸다. 서울시는 또 시 홈페이지에 각 지자체의 은행열매 처리 담당부서와 연락처를 공지해 시민의 신고를 독려한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서울에 비해 암은행나무의 수가 적어 전담 인력까지 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암수 교체 작업을 위해 암나무를 뽑으면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지 말라는 민원이 강력하게 제기돼 사업 추진에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라며 “다만 시민 불편과 스트레스를 감안해 지자체에 은행열매 채취·수거 작업을 독려하겠다”고 설명했다.